e메일 무용論…쏟아지는 스팸에 “알짜정보 오히려 실종"

  • 입력 2003년 9월 1일 17시 59분


《회사원 백모씨(38)는 출근하자마자 e메일을 체크하기 위해 PC를 켰다. 순간 그는 들고 있던 커피를 쏟을 뻔했다. ‘325개 메일 중 10개 받는 중….’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325개의 e메일을 다 받는 데 성공. 그러나 그가 받은 e메일 중 거래처 등에서 보내온 꼭 필요한 내용은 30개뿐이었다. 나머지 295개는 바이러스에 걸린 컴퓨터가 보내온 바이러스성 메일이거나 인터넷 쇼핑몰과 음란사이트에서 보낸 광고메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백씨의 PC가 보낸 메일에 대한 상대방 서버의 경고 메일 등이었다.

그는 “서버상에서 e메일을 모두 지워 달라”고 회사 전산팀에 부탁하려 했다. 그러나 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295개 중 몇 번째에 끼어 있는지 알 수 없어 결국 20여분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e메일 무용론=1990년대 후반 일상생활과 업무 프로세스를 크게 혁신하며 정보화 사회의 상징으로 대접 받아온 e메일. 그러나 최근 e메일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광고, 음란메일, 서버에 설치된 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의 자동답변 등 온갖 스팸메일 때문에 정작 꼭 필요한 연락을 놓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 정보기술(IT)업계 직장인들 사이에서 e메일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파일을 주고받는 파일전송규약(FTP·File Transfer Protocol) 기능을 이용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게시판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는 일이 늘고 있다. 또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e메일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내놓고 스팸메일에 지친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직접 파일 교환=게임업체 한빛소프트의 박종문 과장(33)은 회사 서버의 일부를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협력업체들은 박 과장에게 받은 ID와 패스워드, 큐트FTP 나모 웹에디터 등 직접 파일 전송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업계획서, 제안서 등을 박 과장에게 전달한다. 박 과장도 필요한 연락은 이 서버를 통해 한다. FTP로 파일을 주고받는 것은 PC의 C드라이브에 파일을 복사하듯 자료를 올려놓고 필요한 사람은 복사해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로 약속하지 않은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스팸메일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박 과장은 “업무연락은 대개 먼저 만나거나 전화로 인사를 하고 그 다음부터 e메일을 사용하게 된다. 인사할 때 FTP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면 스팸메일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자료를 교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FTP 몰라도…=데이콤의 웹하드(www.webhard.co.kr)와 KTH의 아이디스크(mydisk.hitel.net)는 IT업계 종사자들처럼 FTP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한 서비스. 회원 가입과 함께 200MB∼2GB의 용량을 구입한 뒤 ID와 비밀번호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FTP를 사용하듯 웹상에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설정에 따라 특정 사용자에게는 ‘읽기’ 권한만 부여, 아무나 자료를 못 올리게 통제할 수도 있다.

▽PC로 안 본다=상대방을 미리 지정해 놓고 실시간으로 메시지와 파일을 보낼 수 있는 인스턴트 메신저는 이미 e메일 대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MSN은 메신저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한 번에 1500자(한글)까지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용 요금이 건당 60원(40자만 보낼 수 있는 기존 단문메시지서비스는 건당 30원)으로 저렴해 중요한 내용을 즉시 전달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SN 이구환 이사는 “인터넷망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히 제때 전달하는 게 기본”이라며 “스팸에 묻힌 e메일은 기본 기능을 잃어가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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