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버상에서 e메일을 모두 지워 달라”고 회사 전산팀에 부탁하려 했다. 그러나 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295개 중 몇 번째에 끼어 있는지 알 수 없어 결국 20여분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e메일 무용론=1990년대 후반 일상생활과 업무 프로세스를 크게 혁신하며 정보화 사회의 상징으로 대접 받아온 e메일. 그러나 최근 e메일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광고, 음란메일, 서버에 설치된 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의 자동답변 등 온갖 스팸메일 때문에 정작 꼭 필요한 연락을 놓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 정보기술(IT)업계 직장인들 사이에서 e메일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파일을 주고받는 파일전송규약(FTP·File Transfer Protocol) 기능을 이용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게시판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는 일이 늘고 있다. 또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e메일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내놓고 스팸메일에 지친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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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파일 교환=게임업체 한빛소프트의 박종문 과장(33)은 회사 서버의 일부를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협력업체들은 박 과장에게 받은 ID와 패스워드, 큐트FTP 나모 웹에디터 등 직접 파일 전송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업계획서, 제안서 등을 박 과장에게 전달한다. 박 과장도 필요한 연락은 이 서버를 통해 한다. FTP로 파일을 주고받는 것은 PC의 C드라이브에 파일을 복사하듯 자료를 올려놓고 필요한 사람은 복사해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로 약속하지 않은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스팸메일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박 과장은 “업무연락은 대개 먼저 만나거나 전화로 인사를 하고 그 다음부터 e메일을 사용하게 된다. 인사할 때 FTP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면 스팸메일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자료를 교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FTP 몰라도…=데이콤의 웹하드(www.webhard.co.kr)와 KTH의 아이디스크(mydisk.hitel.net)는 IT업계 종사자들처럼 FTP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한 서비스. 회원 가입과 함께 200MB∼2GB의 용량을 구입한 뒤 ID와 비밀번호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FTP를 사용하듯 웹상에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설정에 따라 특정 사용자에게는 ‘읽기’ 권한만 부여, 아무나 자료를 못 올리게 통제할 수도 있다.
▽PC로 안 본다=상대방을 미리 지정해 놓고 실시간으로 메시지와 파일을 보낼 수 있는 인스턴트 메신저는 이미 e메일 대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MSN은 메신저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한 번에 1500자(한글)까지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용 요금이 건당 60원(40자만 보낼 수 있는 기존 단문메시지서비스는 건당 30원)으로 저렴해 중요한 내용을 즉시 전달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SN 이구환 이사는 “인터넷망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히 제때 전달하는 게 기본”이라며 “스팸에 묻힌 e메일은 기본 기능을 잃어가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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