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정보격차 줄이기-불량사용자 색출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05분


인터넷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향한 욕설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최근 감시활동을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 포털 사이트들은 대부분 화면 한쪽에 '원클릭 신고'코너를 마련해 두고,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기대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인터넷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향한 욕설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최근 감시활동을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 포털 사이트들은 대부분 화면 한쪽에 '원클릭 신고'코너를 마련해 두고,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기대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추석 연휴 직전인 5일 오후 검색사이트 네이버와 게임사이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 사무실. 게임사이트를 살펴보던 직원 한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화방 제목이 ‘밤꽃 향기에 취하고 싶은 설녀(서울여자) 환영’인데…무슨 뜻이지.”

“그 방은 ‘폭파’시켜야할 것 같은데요. 감시를 피하려고 제목을 묘하게 꼬아놓은 거예요. 노골적인 성(性) 얘기를 주고받으려는 게 틀림없어요.”

▼관련기사▼

- 음악사이트 벅스 지킴이 '벅키'
- 테마별 자가진단 '건강샘'

‘폭파’는 관리자들이 채팅방을 봉쇄할 때 주고받는 은어. 처벌이 결정된 ‘불량 대화방’은 바로 폐쇄됐다.

사람들이 밀집해 살아가는 도시처럼 네티즌이 많이 모이는 포털 사이트에는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이들 불량 사용자를 잡기 위해 각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 지킴이’ 조직을 확대하는 추세. ‘지킴이’ 활동을 통해 실태를 엿봤다.

▽‘욕 메모’ 날리고 게임머니 사고팔고=연이어 이들이 접속한 게임방의 한 대기실. 대기자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화면에 대화내용은 없고, 붉은 글씨들이 연달아 떠오른다.

‘5억-2만원, 8억-3만원, 10억-4만원. 전화 011-×××-××××.’

게임머니 5억원을 2만원에, 10억원을 4만원에 팔 테니 휴대전화로 연락하라는 내용이다. ‘신고’ 버튼을 누르자 3∼5초 만에 게임머니를 팔겠다는 메시지가 저장되고 사용자 아이디도 함께 신고됐다.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불량 이용 사례는 욕설. ‘임마’는 욕설 축에도 끼이지 않는다. 게시판에 덧글을 달면서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으면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욕설을 적는 것은 고전. 게임을 하다가 사이버머니를 딴 채로 그냥 빠져나오기라도 하면 욕설이 가득 적힌 ‘메모’ 세례를 받는다.

NHN이 하루 평균 처리하는 처벌건수는 무려 6500여건. 이중에서 욕설이 40%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음란성 게시물 30% △게임머니 매매유도 20% △운영자 사칭 5% △음란성 상업광고 2% △기타(저속한 아이디, 일반상업광고) 3% 등이다.

▽24시간 내내 ‘순찰’=지킴이들은 하루 4시간씩 나눠 24시간 인터넷 공간을 감시한다. 욕설을 하는 것이 발견되면 처음에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만 2회부터 사이트 이용을 제한한다. 대화내용뿐만 아니라 건전하지 못한 채팅방 제목과 대화명(ID)도 처벌 대상.

최근에는 게임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게임머니를 사고파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네티즌이 많아졌다. 이들은 거의 매일 퇴출되다시피 하지만 갖가지 방법으로 다시 접속하고 있어 지킴이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ID가 한글자씩만 달라진 상태로 매일 비슷한 시간에 접속하기 때문에 지킴이들은 ‘꾼’들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킴이만으로 인터넷 공간을 지키는 것은 역부족. 실제로도 일반 네티즌의 활약이 더 많다. 하루 평균 신고되는 6500여건 중 60%는 일반 네티즌들의 몫. 지킴이들은 비밀 대화 내용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신고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터넷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는 김진희씨(33·주부·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욕설을 하는 것을 보고 지킴이로 활동하게 됐다”며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면 심한 욕설을 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욕설을 하는 데는 어른 아이 구분이 없고, 여자 네티즌들도 종종 적발이 돼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그녀의 경험담.

지킴이 30여명의 ‘대부’ 역할을 하고 있는 NHN 고객지원센터 김은희 팀장은 “갈수록 인터넷 오염이 심해져 8월 말경 인원을 2배로 늘렸다”며 “24시간을 지켜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사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