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행복한 세상/현장에서]이제는 디지털콘텐츠를 키울때

  • 입력 2003년 9월 24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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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전국 도로에 넘쳐나는 자동차들이 대부분 한국산이라는 사실에 놀란다고 한다. 그들 눈에 비치는 한국산 자동차야말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본모습을 알리는 최고의 프리젠테이션 도구임이 분명하다.

한국이 자랑하는 정보통신 인프라는 어떨까.

알려진 대로 한국의 초고속인터넷망과 무선인터넷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국의 대도시를 봐도, 해외 특급호텔을 찾아봐도 한국처럼 초고속인터넷을 쓰기 편한 곳은 드물다. 요즘 한국에서는 무선랜 카드만 있으면 지하철역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도 초고속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물리적인 정보통신망은 나무랄 데 없지만 정작 그 안을 채워야 할 디지털 콘텐츠는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이라는 ‘고속도로’는 훌륭한데 그 위를 오가는 양질의 ‘자동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스팸메일과 음란정보가 흘러넘치면서 훌륭한 자동차가 다녀야할 길엔 ‘쓰레기’만 자꾸 쌓이는 실정이다. 그나마 몇 안 되는 건전한 콘텐츠도 국민의 지식과 정신을 살찌우는 것보다는 순간의 즐거움을 위한 상업 오락물 일색이다. 전국 대부분의 도서관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소장하고 있는 책을 인터넷으로 읽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들도 한국 정보통신의 하드웨어적 인프라에는 놀라면서도 콘텐츠는 빈곤하기 짝이 없는 희한한 모습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초고속인터넷망을 2007년에는 지금보다 100배 빠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구상이다. 2005년에는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인터넷을 쓸 수 있는 휴대인터넷 서비스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더욱 빨라질 초고속통신망을 채울 양질의 디지털콘텐츠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은 이번에도 뒷전이다.

정보통신 인프라의 완성은 물리적인 통신망과 디지털콘텐츠의 균형 있는 발달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이 진정한 정보통신 강국이 되려면 지금이야말로 사이버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디지털콘텐츠 육성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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