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태풍으로 상가 건물 지하가 침수돼 희생됐던 서영은 씨(23)의 아버지 서의호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교수(51)는 최근 딸과 사위 정시현(28)씨 이름을 넣은 추모 사이트(cafe.daum.net/sihyunyoungeun)를 열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팝 그룹 Westlife의 노래 ‘My love’가 흐르면서 두 사람이 지난달 약혼기념 일본 여행 때 찍은 사진과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하늘 나라로 간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과 인생, 그리고 그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란 문구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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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이트 왼편에는 ‘시와 추모의 글’‘위로와 격려의 글’ ‘살아온 모습’ 등 13개의 추모 항목이 나열돼 있으며 각 항목마다 두 사람의 다정했던 모습과 이들을 기리는 주변 친지들의 애절한 사연이 가득하다.
특히 ‘영은으로부터’ 라는 게시판에선 서영은씨가 생전 부모님께 쓴 ‘올해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와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더 안타깝게 한다.
“저는 올해에 시현이 오빠랑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를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리스트를 준비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다.
아버지 서씨는 딸 영은씨에게 “8월 결혼을 다시 10월로, 또다시 내년 5월로 연기했던 아빠의 부족함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오늘도 네가 가슴이 저리도록 보고 싶어 많이 울었어. 지금이라도 ‘아빠’하고 나타날 것만 같은 우리 딸, 널 꿈에서 볼 수 있었으면…”이란 글을 써서 애끓는 부정을 토로했다.
또 사위 정시현씨에게는 “부디 하늘나라에서 영은이를 잘 아껴주고 사랑해서 우리 다시 만날 날까지 행복하길…”라고 말해 이승에서 못다이룬 사랑을 저승에서라도 꽃피우길 염원했다.
9월 18일에 개설된 추모 까페에는 현재 516명이 가입돼 있으며 두 사람의 명복을 비는 방문객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씨는 “먼저 간 딸을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곁에 두고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내년 결혼을 앞둔 정시현씨와 서영은씨는 지난 12일 해일로 침수됐던 마산 해운 프라자 지하에서 함께 대피하던 중 서씨가 거센 물줄기에 휩쓸려 내려가자 정씨가 이를 구하려 건물 아래층 으로 내려갔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합장됐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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