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대 물리학과의 카이사르 살로마 교수 연구진은 쥐를 가지고 사람들의 대피 행동을 추정해보는 실험을 수행했다. ‘미과학원회보(PNAS)’ 9월 30일자에 발표된 실험결과에 따르면 쥐들은 출구의 폭이 한 마리만 빠져나갈 정도일 때, 그리고 다른 출구들과 간격이 너무 좁지 않을 때 한 마리씩 줄을 지어 출구를 빠져나갔다.
연구진은 한쪽 방에 물을 채운 다음 30마리의 쥐를 집어넣었다. 방의 한쪽 벽에는 물이 없는 방으로 통하는 출구를 내놓았다. 물에 빠진 쥐들은 사고를 피해 대피하는 사람들처럼 반대편 방으로 가기 위해 출구로 몰려들었다. 연구진은 출구를 빠져나간 쥐의 수만큼 다시 물이 든 방에 집어넣어 혼란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출구의 폭은 한 마리가 빠져나갈 정도에서 두 마리, 세 마리로 변화시켰다. 출구들 사이의 간격 역시 달리했다.
실험 결과 출구의 폭이 한 마리만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될 때 가장 안전한 대피가 이뤄졌다. 반면 출구의 폭이 넓어지자 곧 줄이 흐트러지면서 뒤엉키기 시작했다. 또 출구 자체의 폭은 한 마리가 빠져나갈 정도라도 다른 출구와의 간격이 너무 좁을 경우 혼란이 발생했다.
2000년에는 헝가리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상구 사이에 기둥을 설치해 빠져나갈 폭을 줄이면 서로 먼저 대피하려는 몸싸움이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이를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한편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쥐의 수가 대피 행동을 일반화하기엔 너무 적으며, 또 쥐로는 재난시 인간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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