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대의 요크 빈터 교수 연구팀은 중남미에 사는 꿀먹이박쥐가 자외선을 감지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10월 9일자에 따르면 꿀먹이박쥐는 꽃에서 반사되는 310nm 파장의 자외선을 좇아 꿀을 찾아낸다. 사람은 380∼750nm의 가시광선을 볼 수 있는데, 이보다 짧은 파장대가 자외선, 긴 파장대가 적외선이다.
동물의 눈은 막대처럼 생긴 간상세포에서 빛을 감지하고 원뿔모양의 원추세포로 색을 감지한다.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진화과정에서 원추세포의 많은 부분을 상실하고 단 두 종류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삼원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이다. 특히 박쥐는 원추세포는 아예 없고 간상세포 한 종류만 갖고 있다. 그런데도 간상세포만으로 자외선을 인식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빈터 교수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꽃 중에서 빛을 내는 것을 선택했을 때만 박쥐에게 먹이를 줬다. 빛의 파장을 다양하게 하면서 실험한 결과 박쥐는 자외선 파장대의 빛을 내는 꽃에 가장 강하게 반응했다. 반면 색깔을 다르게 한 것은 색맹인 박쥐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꿀먹이박쥐가 자외선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다. 열대우림의 꽃은 어두운 밤에 자외선을 강하게 반사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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