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집에서는 말을 잘 하는데 특정한 상황(아이들은 주로 학교)에선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상태를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계면쩍게 웃기만 하거나 아예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석고처럼 굳어 학업성취도가 떨어집니다. 물론 친구도 거의 없고, 불안하니까 손톱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물어뜯습니다. 또 잘 가리던 대소변을 실수하며 더 심각하게는 등교 자체를 거부하곤 합니다. 아마 따님도 그러한 것 같아요.
선택적 함구증은 성인의 대인공포증 비슷한데 대부분 대인공포증 환자들이 어릴 때 선택적 함구증을 경험합니다.
“잘못 말해서 실수를 할까봐, 창피를 당할까봐 말을 못 했어요.” 치료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입을 연 아이들 대부분이 이렇게 말합니다. 통계적으로 선택적 함구증은 여아가 많고 언어 발달이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기질과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특히 엄마와 비슷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엄마가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아이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아이가 예민하고 소심하게 타고났는데 엄마 역시 마찬가지이고 집안에서 아이가 △심한 비난을 받거나 △비교당하면서 성장한 경우에 잘 발생합니다. 이때 아이는 자신을 못 나게 여기고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아이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고 싶어합니다. .
말을 하지 않는 아이를 치료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꾸준한 놀이치료와 가족치료, 그리고 약물치료를 통해 대부분은 서서히 두려움을 극복합니다. 실수를 해도 세상이 자신을 비웃지 않는다는, 자신이 인정 받을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믿게 되는 것이죠. 일찌감치 자리 잡았어야 할 긍정적 감정을 주관하는 뇌의 회로가 뒤늦게 제 모습을 갖추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김창기 소아신경정신과 원장
※평소 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세나 질병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e메일(health@donga.com) 또는 팩스(02-2020-1258)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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