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앗! 나의 과거가 동영상으로…"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16분


최근 들어 메신저나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의 보급이 늘면서 명예훼손 내용물의 전파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10일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분쟁조정센터(www.cyberhumanrights.or.kr) 상담원이 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상담신청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최근 들어 메신저나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의 보급이 늘면서 명예훼손 내용물의 전파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10일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분쟁조정센터(www.cyberhumanrights.or.kr) 상담원이 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상담신청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올 2월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분쟁조정센터에는 한 남성의 호소가 접수됐다. 인터넷에서 자신과 아내의 정사 장면이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결혼 전 숙박업소에 들른 일이 있는데 자신이 모르는 사이 촬영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 해당 영상이 특정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컴퓨터간 파일 교환(P2P) 서비스를 통해 여러 컴퓨터에 분산돼 있었기 때문에 삭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부인이나 가족 친지 등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고통을 당했다. 아직도 아내에게는 말조차 못 꺼냈다.》

○내 사진이 인터넷에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 여고생은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의 치마 속을 촬영한 사진을 메신저를 통해 전파하는 바람에 피해를 보았다.

인터넷 덕택에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타인에게 알리기는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쉬워졌다.

인터넷 게시판에 인신을 공격하는 욕설이나 허위사실을 올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전형적인 방법. 최근에는 정보통신망이 다양하게 발달함에 따라 메신저나 카메라폰을 이용한 명예훼손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또 P2P 서비스가 많아짐에 따라 명예훼손 내용물을 삭제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메신저의 보급으로 명예훼손 내용물이 급속히 전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탤런트 변정수씨의 사망소식을 허위유포한 여대생은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린 지 수 분 만에 관련 내용을 삭제했지만 이미 그 내용은 다른 사이트로 옮겨갔고, 메신저를 통해 한나절 만에 인터넷 사용자에게 급속히 퍼져나갔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이버 명예훼손·성폭력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분쟁조정센터에 접수된 명예훼손 접수건수는 2001년 278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에는 10월까지 접수된 것만으로 1544건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집계한 명예훼손·성폭력·스토킹 발생 건수는 2001년 1602건에서 올해는 10월 현재까지만 2595건에 달한다.

이처럼 사이버 명예훼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명예훼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 글 몇 자 적는다거나 사진을 올리는 것을 ‘뭐가 그리 대단한 범죄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조항은 그리 가볍지 않다.

형법에는 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명예를 훼손해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은 오프라인상의 그것보다 더 엄하게 처벌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허위사실이 아니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통신망에 오른 내용은 명예를 훼손했으면 사실이든 허위이든 관계없이 모두 처벌을 받는다.

○인터넷 실명제 등 도입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분쟁조정센터 상담원 김미라씨(31)는 “피해를 당했으면 일단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거 확보를 위해 문서나 화면을 저장해두는 것은 기본. 동호회 게시판 등에 오른 글이라면 운영자나 다른 사용자로부터 관련 글이 게재됐음을 증언해달라고 부탁해두는 것이 좋다는 것.

정부는 9월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오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적극 도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사이버 명예훼손 등을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코너를 만들 것을 권고할 계획이다.

한국사이버감시단의 공병철 단장(34)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 관련 법조항을 게시하는 것도 명예훼손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사이버 명예훼손도 엄연한 범법행위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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