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몸 데워서 곤충 유혹?…바깥보다 온도 높여 풍뎅이 유인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37분


풍뎅이 종류가 찾아오는 열대 식물. 곤충은 벌어진 꽃 안쪽에서 몸을 데우고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사진제공 네이처
풍뎅이 종류가 찾아오는 열대 식물. 곤충은 벌어진 꽃 안쪽에서 몸을 데우고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사진제공 네이처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일에서는 열대 곤충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열대지방에 사는 특정 식물이 열을 내뿜어 꽃 속을 따뜻하게 만들면 풍뎅이가 찾아와 꽃 속에서 몸을 데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풍뎅이는 식물의 수분을 도와준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환경생물학과의 로저 시모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남아메리카 북동부의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토란과 식물(Philodendron solimoesese)에 날아드는 풍뎅이(Cyclo-cephala colasi)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풍뎅이들은 무리를 지어 꽃 속에 찾아와 밤새 꽃가루로 잔치를 벌이거나 짝짓기를 하고 낮에는 휴식을 취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꽃 속에 작은 기록장치를 넣어 온도를 쟀더니 밤 동안 꽃 속의 온도는 바깥보다 4도 가량 높은 섭씨 27도였다. 이 식물처럼 약 900종류가 꽃 속에 열을 만들어내는데 보통 이 열은 곤충을 유인하는 향기를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시모 박사는 “이번 결과는 열이 곤충을 직접 유인하는 작용도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많은 곤충은 자동차가 예열하는 것처럼 활동하기 전에 몸을 덥게 만들 필요가 있다. 주변 온도가 높으면 당연히 몸을 데우는 데 유리하다. 연구팀은 꽃 안팎에서 이 풍뎅이가 몸을 데우는 데 쓰는 에너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온화한 꽃 속에서보다 밖에서 2∼5배의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꽃 속에서는 몸을 데우기 위해 에너지를 조금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먹거나 짝짓기하는 데 쓸 수 있다.

이번 연구는 11월 20일자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렸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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