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탈이란 단순한 구조가 계속 반복되면서 복잡한 전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 형태다. 대표적인 예가 겨울철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의 모습. 나무를 아래부터 보면 굵은 가지가 몇 개로 갈라지고, 그 갈라진 가지는 또 작은 가지들로 나뉜다. 이런 패턴이 줄기 끝부분까지 수차례 반복된다.
흥미롭게도 프랙탈이라는 개념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준 것이 바로 해안선이다. 1960년대 프랑스의 수학자 베노이트 만델브로트 박사는 울퉁불퉁한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선의 길이가 궁금해져 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들여다봤다. 그러자 마치 나뭇가지처럼 비슷한 모양이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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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브로트 박사는 이런 구조를 ‘쪼개다’란 뜻의 그리스어 ‘프랙투스’에서 따와 프랙탈이라 불렀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 왜 해안선이 프랙탈 구조를 갖는지는 의문이었다.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 물리학과 베르나르 사포발 교수팀은 해안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는 과정을 컴퓨터에서 재현했다. 이들은 바위가 침식하는 요인으로 물리적인 파도의 충격과 바닷물에 포함된 미네랄에 의한 화학적 작용으로 나눴다. 그리고 바위의 물성을 지닌 매끄러운 물체의 표면에 파도를 때리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곧 표면의 일부가 떨어져나갔다. 초기의 급격한 침식이 지나자 우리 눈에 익숙한 해안선의 모양이 서서히 드러났다. 이 상태에서는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돼도 더 이상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때의 해안선을 분석한 결과 1.33차원의 프랙탈 구조임을 밝혀냈다. 단순한 선(1차원)과 면(2차원)의 중간 수준 차원인 셈이다.
부경대 해양학과 강용균 교수는 “이 차원이 되면 표면에 미세한 굴곡이 무수히 많아져 파도의 충격이 골고루 흡수돼 결국 침식의 정도가 미미해진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1.33차원이란 말이 가능할까. 만델브로트 박사는 반복되는 표면의 울퉁불퉁한 정도를 차원으로 표시할 수 있는 수학식을 개발하고 이를 프랙탈 기하학이라고 불렀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클리드 기하학에 따르면 해안선은 굴곡 정도에 상관없이 1차원이지만 프랙탈 기하학에서는 굴곡 정도에 따라 1.3차원이나 1.7차원이 될 수 있다.
사포발 교수는 “처음 형태와 상관없이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선은 결국 프랙탈 구조로 귀결된다”며 “시뮬레이션에 나타난 해안선은 미국 동부해안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미국 응용물리학 저널 ‘콘덴스드 매터’ 11월호에 게재됐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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