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싱글즈’의 권칠인,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시월애’의 이현승 등 감독 20명이 디지털방식으로 찍은 옴니버스 영화가 모바일로 서비스 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개교 20주년을 맞아 만든 디지털 옴니버스 프로젝트 ‘이공(異共)-따로 또 같이’가 그것. 5분 남짓한 길이의 단편 스무 편을 모은 이 옴니버스는 8일부터 매일 네 편씩 SK 텔레콤 ‘준’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극장 스크린에 비하면 휴대전화 액정화면은 ‘좁쌀’만한 크기. 이 옴니버스 영화들을 살펴보면 디지털영화들이 이 같은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들의 주요 특징을 정리해본다.
▽뒤통수 때리기=논리적 이야기 전개보다 SF적인 엉뚱한 비약과 상상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SINK & RISE’(감독 봉준호)에선 삶은 달걀이 물에 뜰 것인지를 놓고 가난한 부녀와 매점 주인이 내기를 거는 상황에서 돌연 엄청난 크기의 정체불명의 ‘알’이 한강에 두둥실 떠내려 온다. ‘이공’(박경희)에선 처음 만나 서먹서먹하던 남녀가 지나가던 도사견을 보고 겁을 먹더니, 서로에게 키스와 애무를 퍼붓는다.
▽엄지손가락을 노려라=문자메시지나 동영상 촬영 등 신세대가 열광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다. ‘스무 살의 모바일 퀸’(이영재)에서 문자메시지를 ‘날리지’ 못하면 안달이 나는 ‘엄지손가락 족’ 여자는 엄지손가락을 귀신같이 놀리며 남자의 등을 애무한다. 호러물인 ‘To the 21st’(장현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남자들을 유인해 잔인하게 죽이는 처녀귀신이 등장한다.
▽의도된 유치함 혹은 키치=오버액션 또는 유치하고 부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유머를 만든다. ‘비밀과 거짓말’(민규동)에서 예비 사위를 ‘시험 삼아’ 유혹하는 예비 장모는 3류 에로영화 주인공 같은 표정에 체조를 연상케 하는 고난도의 몸짓을 연출한다.
▽스타 마케팅=‘바람난 가족’의 황정민(작품명 ‘이공’)과 봉태규(‘이십세법’), ‘장화, 홍련’의 염정아(‘20mm 두꺼운’), ‘품행제로’의 류승범(‘비밀과 거짓말’), ‘접속’의 추상미(‘이공’) 등 화제작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스타들이 등장한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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