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이형주 원장(52·사진)은 요즘 한방 과학화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취임한 지 두 달 정도가 됐지만 좀처럼 쉴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한의학 고전을 들추어보고 중국 등 외국의 사례를 수집하다보면 일주일이 금세 지나간다.
이 원장은 한방을 두고 비과학적이며 발전이 없는, 정체된 동양의학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서양의학이 분석적인 데 반해 한의학은 임상적 경험에 주로 의존해 명맥을 이어 온 데서 생긴 오해라는 것.
이 원장은 한방 과학화를 위해 우선 한의학의 ‘기본’부터 꼼꼼히 짚어 볼 생각이다. 일차적으로 경락(經絡), 사상체질(四象體質)의 입증을 위한 연구를 곧 진행한다.
또 동의보감(東醫寶鑑), 황제내경(黃帝內經) 등 한의학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원장이 이에 따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규모의 한의학 임상연구센터다.
이 센터를 통해 그동안 경험칙으로만 인식되던 한의학 이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것이 이 원장의 포부다.
이 원장은 한의사 출신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청 차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 그런 탓인지 그는 현재 몸담고 있는 한의학연구원에 대해서도 “전략이 없고 연구활동도 미미했다”며 자기반성을 했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 없이 허황된 목표가 많았으며 그나마 연구 역량도 부족했다는 것.
이 원장은 내년 2월을 한의학연구원의 제2 출범기로 규정하고 있다. 그때면 현재 상가 건물 한 층을 임대해 쓰고 있는 환경을 벗어나 대덕 과학연구단지에 ‘당당하게’ 입주하기 때문이다.
“당장 한방의 틀을 바꿀 거대한 연구결과물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의학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바로잡고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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