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 기원지 가다]라이트형제 첫 비행지 美킬데블힐스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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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한 라이트형제의 비행기 플라이어호 원본. 미항공우주박물관(NASM)에 10월 새롭게 마련된 ‘라이트형제와 항공시대의 발명’ 코너에 전시돼 있다. -워싱턴〓로이터
1903년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한 라이트형제의 비행기 플라이어호 원본. 미항공우주박물관(NASM)에 10월 새롭게 마련된 ‘라이트형제와 항공시대의 발명’ 코너에 전시돼 있다. -워싱턴〓로이터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킬데블힐스. 100년 전 라이트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했던 이곳에 4만여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비영리단체 ‘라이트 익스피어리언스(Wright Experience)’가 라이트형제가 만든 ‘플라이어’를 모방해 비행을 재연하는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두 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 관중은 실망감에 휩싸였다.

현대의 기술로도 재연하기 힘든 비행을 라이트형제는 어떻게 성공시켰을까. 과연 그들의 비행이 최초였을까. 그들의 의도는 새처럼 날겠다는 인류의 꿈처럼 순수하기만 했을까.

▽비행기는 자전거처럼=워싱턴 중심가의 항공우주박물관에는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 실물이 그들이 만들었던 자전거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자전거 제작자였던 라이트형제는 비행기를 기우뚱거리는 자전거처럼 계속 균형을 잡아야 하고 몸을 기울여 비행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행기를 자동차처럼 별 기울임 없이 회전하는 것으로 여겼던 이전 사람들과 다른 발상이었다.

라이트형제는 비행기 균형과 제어의 문제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이전 연구 논문과 책을 다 소화해냈고, 공기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를 만들어 약 200개의 날개꼴을 직접 시험했다. 또 연, 글라이더, 비행기 순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며 효과적인 날개꼴과 제어법을 찾아냈다.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의 항공역학 분야 큐레이터인 존 앤더슨 박사는 “라이트형제의 성공 비결은 비행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접근한 데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의 구조, 역학, 엔진 등이 모두 어우러져 성공했다는 얘기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새뮤얼 랭글리가 만들었던 비행기 에어로돔은 엔진은 좋았지만 구조가 터무니없어 실패했다.

▽라이트형제가 최초인가=1903년 12월 17일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가 최고 59초 동안 260m를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곧바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록이 잘못 전달되기도 했다. 라이트형제는 자신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얻을 때까지 플라이어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일까. 유럽에서는 1906년 9월 브라질계 프랑스인 알베르토 산투스뒤몽이 공개 비행을 하면서 이를 ‘최초의 비행’이라고 주장했다. 30년 동안 라이트형제를 연구했던 톰 크라우치 박사는 “당시 유럽인들이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형인 윌버 라이트가 1908년 8월 프랑스 르망에서 플라이어를 타고 1분45초 동안 날면서 이런 오해를 잠재웠다.

▽비행기 발명 의도는 전쟁용?=새처럼 날겠다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킨 라이트형제는 1905년부터 플라이어의 고객을 찾아 나섰다. 그해 1월 하원의원 로버트 네빈에게 자신들의 비행기가 전시 정찰용 및 정보 전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편지를 보냈으나 거절당했다. 그후 라이트형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접촉하다가 1909년 미육군에 최초의 군용비행기를 3만 달러에 팔았다.

라이트형제의 군용 플라이어는 비행기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던 셈이다. 1914년 발발했던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무려 18만대의 비행기가 투입됐다.

▽차세대 비행기 날개는 플라이어의 원리?=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는 새처럼 날개를 뒤틀어서 방향을 바꾸었다. 날개변형의 원리다. 하지만 이후 현재까지는 비행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외부 힘에 저항하기 위해 비행기 날개는 견고한 구조를 갖게 됐다. 물론 보조날개가 움직이면서 비행기가 방향을 바꾼다.

앞으로 차세대 비행기에는 유연성 있는 날개가 도입될지 모른다. 앤더슨 박사는 “최근 초소형비행기와 무인기(UAV)에 대한 연구가 최첨단분야”라며 “머지않아 곤충처럼 펄럭이는 날개도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이어보다 더 새의 날개에 가까운 비행기가 등장하는 셈이다. 날개를 펄럭이는 초소형 무인기가 등장한다면 적진을 은밀하게 정찰하거나 생화학오염지역을 자세히 파악하고 용암을 내뿜는 화산을 가까이서 탐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후원 과학기술부·한국과학문화재단.킬데블힐스=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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