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반돌이’…탈출 40일째 추적 허탕만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32분


“곰의 학습능력이 상상을 초월해 붙잡기가 너무 힘들어요.”

지난달 16일 몸에 부착된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교체하기 위해 보호를 받던 중 탈출한 지리산 반달곰 ‘반돌이’(사진)를 추적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 소속 한 직원의 하소연이다.

반달가슴곰 관리팀 16명은 매일 2개조로 나눠 40일째 추적했지만 반돌이의 영리함 때문에 아직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2일 피아골대피소에 곰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은 관리팀은 3, 4일 반돌이가 대피소 움막에 있던 쌀통을 훔치는 것까지 확인했다.

한상훈 관리팀장은 “5일 밤 길목 곳곳에 생포틀 10개를 설치하고 마취총으로 무장한 수의사 등 관리팀 19명이 기다리면서 포획작전을 폈지만 헛수고였다”고 말했다.

이날 쌀통을 노릴 것으로 보고 쌀통 쪽 움막 텐트를 열어 놓는 등 나름대로 머리를 썼지만 반돌이는 관리팀의 경계를 피해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것. 허를 찔린 관리팀이 마취총을 쏘기 위해 부랴부랴 랜턴을 비췄으나 반돌이는 숲속으로 후닥닥 달아났다. 이후 반돌이는 20여일째 흔적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팀장은 “발신기 교체, 건강 체크 등을 위해 지난해 6월과 올해 4월, 5월 포획할 때만 해도 유용했던 생포틀도 이젠 쓸모가 없다”면서 “생포틀 안에 반돌이가 좋아하는 꿀과 사과를 놓아 둬도 거들떠보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겨울잠을 자러 들어가기 전에 반돌이를 붙잡지 않으면 봄이 올 때까지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리팀 관계자는 “날씨가 지난해보다 따뜻해 반돌이의 겨울잠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눈이 쌓이고 먹이가 떨어지기 전에 반돌이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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