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김모씨(38·서울 마포구 창전동)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일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의사는 최근 아이가 감기에 걸린 적이 있는가를 물었다. 강씨가 그렇다고 했더니 의사는 만성 중이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감기 후 꼭 확인을=중이염은 감기 합병증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감기가 떨어진 2, 3일 이내 아이가 갑자기 귀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면 십중팔구 급성 중이염이다. 급히 병원으로 가면 항생제를 처방한다. 1, 2일이면 통증은 금세 사라진다.
문제는 귀에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는 것에서 생긴다.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10∼14일 정도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박멸할 수 있다. 부모의 안일한 판단이 병을 키우는 꼴이다. 급성 중이염을 앓은 아이 중 30%는 만성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감기가 나았다 해도 당분간은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해야 한다. 급성 중이염처럼 증세가 확연하게 나타난다면 다행이지만 만성 중이염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징후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청력이 떨어진다. 갑자기 아이가 텔레비전 볼륨을 자꾸 높이거나 엄마가 무슨 말을 했을 때 한두 번씩 꼭 되묻는다면 중이염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소리가 두 개로 들려요” “멀리서 말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면 이 역시 중이염의 징후로 볼 수 있다. 6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중이염의 경우 학습능력이 떨어지며 발음이 흐려지기도 한다. 유아의 경우 고열이 나면서 귀를 만지면 중이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코와 귀는 이관(유스타키오관)이란 길로 연결돼 있다. 감기, 편도염, 인후염, 비염 등 감염질환에 걸리면 이 길을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귀로 이동한다. 또는 코가 막혀 이관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 중이염의 원인이다.
중이염에 걸리면 염증 때문에 고막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고름이 차고 심하면 고막에 구멍이 생겨 고름이 귀 밖까지 흐른다.
미국의 경우 감기 다음으로 중이염 환자가 많다. 10명 중 8명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 병을 한번은 앓는다. 국내에서는 전신마취를 하는 소아 치료 중 가장 흔한 게 포경 수술이고 그 다음이 중이염 수술이란 통계도 있다.
급성 중이염은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초기에 항생제로 치료한다. 비염 증세가 있으면 점막수축제를, 열이 동반되면 진통제와 해열제를 같이 쓴다. 보통 약물치료로 대부분 완치되지만 8∼10주 치료를 해도 낫지 않으면 고막 표면을 절개해 삼출액을 빼내는 수술을 고려한다.
예방 및 치료법으로 아이에게 껌을 자주 씹게 하고 노래를 부르도록 하거나 피리나 트럼펫을 불게 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이관’이 열려 안에 고여 있는 삼출액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다만 급성 중이염일 때는 세균의 이동을 활발하게 해 좋지 않다.
(도움말=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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