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고체에서 액체, 기체를 거쳐 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되는 플라스마로 변해간다. 반대로 온도를 절대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 가까이 냉각시키면 저항이 사라져 열 손실 없이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초전도체나 점성이 사라져 무한히 흐르는 초유체가 된다.
최근 미국 물리학자들이 기체원자에서 초전도체와 유사한 새로운 물질 상태를 발견, 물리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로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온 초전도체는 자기부상열차는 물론 전력생산과 컴퓨터 효율성 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콜로라도대의 데보라 진 박사 연구팀은 물리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 최신호에서 ‘페르미온 응축’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 상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페르미온(fermion)은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 그리고 칼륨(K)처럼 이런 기본입자들이 홀수개로 결합된 원자들을 일컫는다. 자연상태에서 페르미온은 서로 밀어내 제각기 떠돌거나, 반대로 밀접하게 결합돼 분자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칼륨 기체를 절대온도 0도로 냉각시킨 다음 자기장을 걸어주자 칼륨 원자들이 분자를 이루지 않고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도 마치 쌍을 이루듯 함께 움직인 것.
이전까지의 초전도체 연구는 고체(금속)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자들이 금속결정 내에서 쌍을 이뤄 자유롭게 움직임으로써 ‘저항 없는 전류(전자의 흐름)’가 가능해진다.
이번 연구는 기체원자들도 초전도체의 전자들처럼 쌍을 이룬다는 점을 발견한 것. 상온 초전도체가 실현되려면 전자쌍 내의 간격이 현재 발견된 것보다 1000배 늘어나야 한다. 페르미온 응축에서 발견된 칼륨 원자쌍의 간격이 바로 이 정도였다.
진 박사는 “이번 결과를 이용하면 실용화 가능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진 박사팀을 비롯해 전세계 6개 연구팀이 페르미온 응축현상을 발견하기 직전이라며 성공하면 노벨 물리학상 후보감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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