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아침형 인간' 되레 생체 건강리듬 깰수도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26분


《아침형 인간이 화제다. 오후 11시경 자고 오전 5시경 일어나는 사람들이다. 부지런함은 최고의 미덕이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을 것을 찾는다’는 속담 그대로다. 아침형 인간 중에 성공한 사람도 많단다. 그래서인가. 많은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아침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여유도 있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는 소감이다. 그러나 부작용과 항변도 적지 않다. 일찍 일어나려고 빨리 잠자리에 들었지만 기상시간은 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취침시간만 늘었다는 사람도 많다. 낮만 되면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아침형 인간은 얼마나 건강할까. 이를 규명하려면 먼저 생체시계를 이해해야 한다.》

▽빛, 생체시계, 그리고 몸=뇌의 시상하부에는 ‘시신경교차상부핵’이 있다. 일종의 생체시계다. 이 생체시계는 빛의 밝기에 따라 몸을 조절한다. 빛 정보는 눈의 망막을 통해 입수한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자외선이 피부를 통과해 망막에 도달한다.

생체시계는 밝을 때 깨어 있으라는 명령을, 어두울 때 잠들라는 명령을 각 기관에 내린다. 명령을 받은 각 기관은 그에 맞춰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과 수면리듬을 조절한다.

여름엔 아침에 일어나기도 쉽고 실제 일찍 일어나진다. 그러나 겨울엔 일찍 일어나기가 어렵다. 이 역시 빛-생체시계-몸이 조화를 이룬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빛이 없으면 멜라토닌이, 잠이 들면 성장호르몬과 각종 면역물질이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오전 3시 전후, 성장호르몬은 오후 10∼오전 2시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된다는 견해가 있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생체 리듬이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이들 호르몬은 각각 빛이 사라지거나 잠에 빠지면 언제든지 분비되기 때문이다.

깊은 잠에 들어가면 뇌는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 소모량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체온도 내려간다.

자. 이제 기상할 시간이다. 창을 투과한 햇빛이 쏟아지고 몸은 그 빛을 받는다. 생체시계는 1, 2시간 전부터 기상 준비에 들어간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을 분비해 혈당량을 높이고 지방산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든다. 대사율이 높아지면서 체온도 상승한다.

▽아침형 인간을 반박한다=아침형 인간은 적어도 의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몸에 충분한 빛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잠을 깨웠기 때문이다.

오전 5시경. 밖은 어둡다.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침실의 조명을 켠다. 이때 몸은 어떤 상태일까.

억지로 일어나 빛을 받았기 때문에 멜라토닌의 분비가 갑자기 뚝 떨어진다. 그러나 생체시계가 준비를 하기도 전에 잠에서 깨는 바람에 몸을 가동할 만큼 충분한 빛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코르티솔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몸이 묵직하다. 대사가 아직 원활하지 못해 체온도 뚝 떨어진 그대로다.

다시 말해 의식은 깨어 있지만 몸은 수면상태 그대로다. 이때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잠자고 있는 육체를 혹사하는 꼴이 된다. 특히 밤이 긴 겨울철에 오전 5시 이전에 일어나는 것은 몸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빛이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오전 6시 이후 기상이 좋다.

그래도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다면 기상하기 30분∼1시간 전에 저절로 불이 켜지는 조명을 준비해 인공적으로 몸에 빛을 제공해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라=생활패턴을 아침형에서 저녁형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저녁형에서 아침형으로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왜 그럴까.

보통 생체리듬이 바뀌는 주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 24.5시간 정도다. 반면 자연의 변동 주기는 정확하게 24시간이다. 사람은 매일 지연되는 0.5시간을 메우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것이다.

따라서 기상 시간을 앞당긴다면 자연의 흐름과 배치된다. 특히 2시간 이상 앞당긴다면 피로감과 두통, 졸림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시차가 앞선 미국쪽으로 여행을 갔을 때가 돌아왔을 때보다 적응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가령 3시간 시차가 앞선 지역을 간다 치자. 그러면 생체리듬은 3.5시간의 시간차를 극복해야 한다. 반면 돌아왔을 때는 2.5시간의 시간차만 극복하면 된다.

만약 세상에 빛이 없다면? 이때 인체는 자연의 주기를 따르지 않고 각자 고유한 생체리듬을 따르게 된다. 어두컴컴하더라도 생체시계의 지시에 따라 인체는 밤낮을 구분한다.


(도움말=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김양인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 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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