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장 시대 열리다

  • 입력 2004년 3월 8일 16시 14분


"앗, 통장과 도장을 안 가져왔네."

갑자기 큰 돈을 찾거나 새로운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이처럼 낭패 볼 일이 앞으로 없어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한 장의 카드에 예금 적금 대출 신용카드 증권거래 등 모든 은행거래 기록을 보관할 수 있는 '전자통장' 서비스를 앞다퉈 시작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3~4년 뒤에는 어머니와 아내의 알뜰함을 상징하던 꼬깃꼬깃한 '종이통장'은 사라지고 완전한 '무(無)통장 시대'가 열리게 된다.

국민은행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 1층 영업부 객장에서 전자통장을 새로 선보이고 여의도 지역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국민은행 본점을 찾아 전자통장을 발급받은 고객들의 첫 번째 평가는 "무척 편리하겠다"는 것. 고객은 은행 창구 앞에 설치된 '핀 패드'라는 인식기에 전자통장 카드를 통과시킨 뒤 6~8자리의 개인고유 식별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본인임이 확인되기 때문에 도장이나 주민등록증을 갖고 갈 필요가 없다.

집적회로(IC) 칩이 내장된 전자통장에는 총 30개 계좌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현금카드 신용카드 교통카드의 기능도 통합된다. 거래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은행에 설치된 거래내역 출력기나 인터넷 뱅킹 사이트에서 입, 출금이나 자동이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통장은 기존의 현금카드 등 '마그네틱 카드'와 달리 IC칩과 여러 단계의 보안체계를 을 사용해 복제나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국민은행 측은 밝혔다.

국민은행 오권태(吳權泰) 채널기획팀장은 "은행의 모든 거래를 한 장의 카드에 모두 통합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시스템"이라며 "두 달 간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5월부터 모든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며 3년 뒤에는 대부분의 국민은행 고객이 전자통장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편리해질 뿐 아니라 초기 발급비용을 제외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종이통장 발급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은행들은 종이통장을 재발급할 때 2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고객들의 거래정보를 쉽게 통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도 4월부터 전자통장을 발급할 계획이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은행들 사이에서 전자통장을 통합하는 작업도 시작될 전망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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