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안 간지 3년이 넘었어요.”(이씨)
모자 쓴 모습이 귀엽고 성격이 활달해 보이는 이씨는 그동안의 고충을 이렇게 표현했다.
겉보기엔 이상이 없어 보였으나 긴 머리를 위로 올리니 서너 곳에 둥근 탈모부위가 훤히 드러났다.
“원형탈모는 모근(毛根) 주위에 염증이 생겨 이것 때문에 모발이 빠지는것으로 원형이나 타원형이 가장 많아요. 심하면 머리가 모두 빠지는 경우도 있지요.”(이 교수)
이 교수는 다양한 원형탈모 환자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가슴 겨드랑이 속눈썹 등 다른 부위에서 털이 빠지는 경우도 원형탈모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원형탈모를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보고 있어요. 갑상샘(갑상선)질환이나 아토피피부염 백반증 등의 자가면역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거든요.”(이 교수)
이씨는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샘 질환이 있는지 알아봤지만 정상이었다. 원형탈모 환자 10명 중에 1, 2명은 갑상샘 질환이 동반된다.
원형탈모는 유전이나 환경에 의한 것이고 탈모가 발생하기 전 상당수가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경우가 많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원인은 없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원형탈모가 어린 나이에 생기거나 부위가 크면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잘 돼요. 또 가족력이 있거나 머리 라인을 따라서 탈모가 생겨도 마찬가지고요. 참, 앞으로 원형탈모가 어떻게 진행될지 간단히 아는 방법이 있어요. 탈모된 부위 주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고 당겼을 때 머리카락이 쉽게 뽑히면 주위로 퍼져 나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지요.”(이 교수)
이씨는 오른쪽에 생긴 탈모부위엔 머리카락이 쉽게 빠졌지만 다른 부위엔 빠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회복단계였다.
“원형탈모 예방엔 마사지가 좋다고 하는데….”(이씨)
“두피 마사지는 머리의 혈액순환을 도와주지만 원형탈모를 예방하지는 못해요. 원형탈모는 근본적으로 피부 속 깊숙이 있는 모근 주위에 생기는 염증의 문제거든요.”(이 교수)
한편 이 교수는 머리를 자주 감는 것이 탈모를 일으킨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차피 빠질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며 머리를 감기 때문에 탈모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치료는 두 가지. 스테로이드 주사제와 바르는 스테로이드제제로 결국 모근의 염증을 없애주는 치료법이다.
경과를 보면서 별 진전이 없으면 머리카락 성장촉진제인 바르는 약 미녹시딜을 추가로 처방할 예정이다.
이날 이씨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탈모부위 약 15곳에 맞았다. 주사 놓을 때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앞으로 3, 4주에 한번 정도 계속 맞을 예정이다.
그리고 바르는 약은 하루에 두 번 정도 꾸준히 발라야 한다.
빠르면 2, 3개월이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1년 이상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귀찮아서 도중에 포기하는 환자가 많은 만큼 인내심을 갖고 치료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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