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46) 교수는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심근경색 치료법이 영국의 최고 의학저널지인 ‘랜싯’에 실리자 이 분야에서 경쟁국인 독일이나 미국보다 앞서나가는 개가를 이뤘다며 기뻐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 대상자는 심근경색으로 좁아진 심장동맥에 그물망 모양의 금속물질인 스텐트로 넓히는 치료를 사전에 받는 환자”라며 “줄기세포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했다.
환자는 하루 2번씩 3, 4일 동안 골수에 잠자고 있는 줄기세포를 밖으로 유인하는 물질인 ‘백혈구증식인자’라는 주사를 맞는다. 그 뒤 의료진이 헌혈할 때처럼 환자의 피를 걸러서 줄기세포만을 골라 환자의 심장동맥에 다시 주입하면 된다.
이 과정을 위해 김 교수는 사전에 동물실험만 1000여회를 했다.
김 교수는 “골수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는 윤리 논란과 거부반응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는 배아줄기 세포와는 달리 안전하게 심장근육이나 심장혈관으로 자라는 성체줄기 세포”라고 말했다.
원래 김 교수는 심장질환에서 유전자 치료가 전공이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년간 미국 보스턴의 세인트 엘리자베스 의료센터 심혈관연구소에서 연수하면서 줄기세포 치료에 눈길을 돌렸다. 당시 그곳엔 줄기세포 생물학이 연구 분야의 최첨단을 달렸을 뿐만 아니라 말초 혈액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이언스’지에 처음 발표한 아사하라 다케유키 같은 대학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줄기세포 치료에는 한계점이 있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심근경색 환자는 동맥경화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 가능성이 있는 부위를 스텐트를 이용해 사전에 철저히 치료해야 된다. 따라서 줄기세포 치료 전 단계에서 걸리는 시간이 많다.
김 교수는 “매년 3억5000만원의 정부지원 연구비로 25명의 연구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줄기세포 치료법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밝혀질 것”이라며 “내년엔 줄기세포 치료법이 스텐트 시술과 더불어 보편화된 치료법이 될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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