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전립샘비대증 커피 맥주 조심

  • 입력 2004년 4월 11일 17시 29분


남성은 한때 요강을 깰 듯 콸콸콸 흐르던 소변이 주르륵, 졸졸, 찔끔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이 왜소해진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했던가.

이 경우 대부분은 전립샘비대증이라는 질환 때문이며,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이 달라지지만 많은 사람이 세월만 한탄할 뿐 삶의 질을 올릴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3월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비뇨기과학회(EAU)에 참가한 각국의 의사들은 지구촌에서 노령 인구의 증가로 전립샘비대증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중년 이후 남성의 행복이 증진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860여 편의 논문 중 30%인 251개가 전립샘 질환과 관련한 논문이었으며 특히 전립샘비대증의 약물요법과 비수술적 치료법 등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 학회에 참가한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홍성준 교수의 도움말로 전립샘비대증과 관련한 학계의 연구 경향을 소개한다.

▽전립샘비대증이란?=전립샘이 커져 요도를 압박해 소변이 시원치 않아지고 보고 싶을 때 못 보고,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지리게 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한국에서 전립샘비대증은 60대의 절반 이상, 80대의 90% 정도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한국인은 대부분 ‘양기가 부족해서’, ‘나이 탓인 것을 어떻게 하나’ 등의 이유를 대며 방치하지만 이 병도 조기에 치료하면 소변 줄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이 병을 방치하면 방광에 오줌이 꽉 찼는데도 소변을 볼 수 없고 이 때문에 방광, 콩팥 등이 손상돼 숨지는 사고까지 생길 수 있다. 또 조기 치료는 수술을 받을 가능성을 낮춘다.

수술은 주로 귀두 가운데 소변과 정액 등이 나오는 요도 안으로 미세 수술 기구를 넣어 전립샘을 긁어내는 방법이 흔하다. 아주 심하면 개복하거나 항문을 통해 수술기구를 넣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시 과다출혈, 발기부전, 소변찔끔증(요실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한번 성기능이 떨어지면 성기능이 완전히 회복되는데 평균 1년이 걸리므로 가급적 조기치료를 통해 수술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조기 약물 요법=이번 EAU에서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라는 약의 새로운 효과와 기존의 ‘알파 차단제’와 병행하는 치료법에 관련된 다양한 논문이 발표됐다.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남성호르몬을 디하이드로테스테론(DHT)으로 바꾸는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전립샘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크기를 줄이는 약.

5알파 환원효소에는 1형과 2형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이를 억제하는 약으로는 시중에 2형만 억제하는 ‘프로스카’와 두 가지를 모두 억제하는 ‘아보다트’가 나와 있다.

일부 의사들은 아보다트가 전립샘암과 관련 있는 1, 2형 효소의 작용을 모두 억제하므로 전립샘비대증뿐 아니라 전립샘암 예방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알파 차단제는 전립샘과 방광 주위의 근육을 이완시켜 소변을 잘 보게 돕는 약이며 이 약과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의 두 가지를 함께 먹은 뒤 증세에 따라 나중에는 한 가지 약만 먹는 방법이 소개돼 호응을 얻었다.

▽생활요법과 예방=EAU에 참가한 의사들은 전립샘비대증 환자는 병의 급속한 진행을 막기 위해 생활요법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기에 걸려 무심코 감기약을 복용하면 약 속의 교감신경 흥분 성분이 배뇨작용을 방해해 증세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약 복용을 상의해야 한다.

또 전립샘비대증 환자는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과음을 피해야 한다. 특히 맥주를 많이 마시면 밤에 취한 상태에서 방광은 이완되지만 아침에는 전립샘이 수축돼 소변을 잘 보지 못할 수 있다.

녹용이나 노화방지제로 알려진 DHEA 등을 먹으면 전립샘이 갑자기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인, 연예인 등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남성은 전립샘이 크며 이런 사람은 갑자기 증세가 생겼다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늘 전립샘비대증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가 약을 복용하다가 증세가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약을 복용하고 전립샘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방광이 나빠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질환이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빈=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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