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D-2]디지털시대 新선거운동

  • 입력 2004년 4월 12일 18시 23분


《4·15총선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서울 G선거구 한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 이곳에선 선거기간 중 24시간 인터넷 라디오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마침 후보가 직접 방송에 출연한 날. 함께 연결된 채팅프로그램을 통해 유권자들이 이것저것 질문하자 후보는 방송을 통해 바로 답변했다. 생방송 도중 한 유권자가 뜬금없이 “노래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자 난처해하던 후보는 방송 진행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번 선거에서 각 후보 진영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첨단매체를 이용한 기발한 선거운동 기법들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법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선거운동의 보고(寶庫)?=인터넷 선거운동 중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e메일 홍보. 그러나 평범한 메일로는 수많은 메일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어 동영상이나 플래시애니메이션 등으로 화려해지고 있다.

유명 채팅사이트나 게임사이트에 ‘○○당 최고’나 ‘△△구 기호 ×번을 뽑자’는 이름(ID)의 방이 개설되는 것도 요즘 눈에 띄는 풍경. 서울 J선거구의 한 후보 운동원은 “이런 종류의 ID를 가진 게임 참가자가 수십 명씩 모여 있으면 대부분 선거운동원이 틀림없다”고 귀띔했다.

이 밖에 띠 모양으로 된 인터넷 배너광고나 대화프로그램의 스킨(프로그램 무늬)에 홍보문구를 넣는 것도 많이 쓰이는 방법.

휴대전화도 중요한 선거도구다. 익숙한 노래를 개사한 정당의 로고송은 파급효과가 엄청난 무기. 최근 유행했던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제가, 인기가요 ‘챔피언’ ‘김밥’, 인터넷 엽기송인 ‘우유송’ ‘당근송’ 등은 ‘엄청난 가격’에 각 정당에 팔렸다.

각 정당은 이런 로고송을 휴대전화 컬러링(전화를 걸면 벨소리 대신 나오는 음악)으로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하면 자신이 만든 문구가 뜨게 하는 ‘레터링 서비스’를 통해서도 많은 후보들이 당명이나 후보 이름, 기호 등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있다.

▽상당수는 선거법 위반=그러나 이런 방법 중엔 선거법에 저촉되는 것도 꽤 있다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 특히 익명이 범람하는 인터넷에서는 법을 어길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8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들에게 대량으로 e메일을 보낸 모정당 소속 유모씨(29)를 긴급체포했다. 유씨는 상대편 후보를 폄훼하는 메일을 4700여명의 회원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인터넷 배너광고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했을 땐 합법이지만 다른 사이트에 게시했을 땐 불법이다. 타 사이트에서 무료로 게시해줬다 해도 ‘기부행위’에 해당한다.컬러링이나 레터링 서비스도 상당수가 불법이다. 컬러링 선물은 ‘선심성 금품유포’, 레터링은 문자메시지와 달리 수신자가 거부할 수 없어 ‘일방적인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 중앙선관위 조장연 공보과장은 “선거법이 미치지 않는 분야의 선거운동 개발에 치중할 게 아니라 법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홍보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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