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현대홈타운에 사는 김현준씨(36)와 윤성혜씨(33) 부부는 지난달 중순 입주한 아파트에서 홈네트워크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집 안팎에서 집안의 가전기기와 조명 가스시설을 점검 및 관리하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의 홈네트워크 아파트’라고 자칭한 이 아파트 단지의 200여 가구에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깔려있다.》
▽집 밖에서 더 편리한 홈네트워크=김씨는 아직 완전히 이사를 하지 않은 상태다. 임신 중인 아내가 있고 본가 생활도 편해 두 집을 오가고 있는 것. 그래서 김씨에게는 외부에서 집안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기능이 더욱 편리하게 느껴진다.
김씨는 현재 살고 있는 본가에서도 방문객이 누군지, 도둑이 침입하지 않았는지, 가스밸브를 열어 두고 오지 않았는지 등을 점검할 수 있다. 홈네트워크가 설치된 가정에만 공개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신의 집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
방문객이 초인종을 누르면 자신이 보고 있는 컴퓨터 화면에 방문객의 모습이 바로 나타난다. 집을 비우고 여행하는 경우에는 여행지에서 전화를 이용해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다. 빈집이라는 티를 내지 않기 때문에 훨씬 안심이 된다고 김씨는 말한다.
집안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가스보일러를 작동할 수 있고 가스밸브를 잠그는 것을 잊고 외출했을 때도 전화를 이용해 밸브 상태를 확인해 잠그곤 한다.
외부 침입자가 창문을 열거나 하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바로 알려주는 것도 김씨 부부를 안심시키는 기능이다. 집안 곳곳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도 가능하다.
김씨 부부는 “곧 홈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세탁기와 에어컨을 구입하면 더 편리한 생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탁물은 탈수한 상태로 오래두면 옷에 구김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바로 말리는 것이 좋다. 따라서 김씨 부부는 외출한 뒤 귀가할 때쯤 외부에서 세탁기를 작동시키고 올여름에는 에어컨도 미리 켜 실내에서 시원하게 보낼 생각이다.
▽똑똑해진 가전제품=가장 눈에 뛰는 것은 터치스크린 화면이 달린 트레드밀이다. 이 트레드밀도 홈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달리기를 하면 인터넷 건강관리 사이트로 자신이 뛴 거리와 시간 등이 전송된다. 전송된 기록을 보고 운동전문가가 운동량과 방식 등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한다.
트레드밀 앞에 달린 터치스크린 화면은 또 다른 홈네트워크 제어기. 운동을 하면서 TV를 작동 제어할 수 있고 전등이나 커튼을 조절할 수도 있다.
김씨 부부는 앞으로 원격의료 진단기를 구입하면 의료상담 서비스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혈압 등을 측정하면 측정치가 인터넷을 통해 의료상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보내지고 의사로부터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것.
벽걸이 TV를 통해서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웹사이트에 저장된 영화를 골라본다.
김씨는 “세살짜리 딸이 좋아하는 짧은 만화영화를 주로 시청한다”며 “아직은 영화 콘텐츠가 많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유무선 연결 기술 총집합=김씨의 집에 설치된 홈네트워크는 아파트를 지을 때 미리 설계에 반영한 것이 아니다. 아파트는 다 짓고 난 뒤 별도로 구축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 어디에도 배선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홈서버와 각종 인터넷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데 유무선 첨단 기술이 총동원됐기 때문.
이 시범단지의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든 현대통신(www.hyundaitel.co.kr) 박종국 차장은 “전력선을 이용한 유선통신은 물론 적외선과 라디오파를 이용한 각종 무선통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린나이에서 만든 가스보일러의 경우 전력선을 이용해 제어하기 때문에 별도의 통신선을 깔 필요 없이 전원 플러그만 꽂으면 된다. 홈서버도 마찬가지.
현대통신은 지난달 12일 열린 시연회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함께 작동하는 장면도 보여줬다. 양사가 홈네트워크 가전제품에 각기 다른 통신규격(프로토콜)을 사용하지만 홈 서버에서 이를 통합한 것.
김씨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부인 윤씨도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홈네트워크를 설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인터넷이나 전화를 이용해 어디서든지 집안 가전을 제어할 수 있어 편리하다”면서도 “집안에서 음성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인간과 기기 간 연결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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