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신분’표시 대명사 차에서 휴대전화로 바뀌어

  • 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47분


휴대전화가 신세대에게 자동차의 지위를 대신해 새로운 분신(分身)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즘 새로 선보이는 최신형 휴대전화들은 자동차의 이미지를 빌린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할 정도가 됐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일자)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특히 도시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규정하는 지배적인 도구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이전 세대 젊은이들이 자동차에 대해 그랬듯이 어떤 기종의 휴대전화를 어떠한 벨소리, 액세서리, 초기화면 등으로 꾸미느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게 됐다는 것.

소비 행태 측면에서 봐도 휴대전화는 실질적인 필요성보다 유행품목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 젊은층이 휴대전화를 점점 더 자주 새것으로 바꾸고, 10대들이 휴대전화를 독립의 상징처럼 여기는 점도 자동차를 빼닮았다.

둘 다 개발 초기의 용도와는 상관없이 개인의 자유와 기동성을 촉진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게 된 점도 유사하다.

초창기 자동차는 ‘말이 안 끄는 마차’ 정도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지만 점차 기능적인 측면과 무관하게 자유로운 디자인이 속출했던 것처럼 휴대전화도 초창기 무선 전화기 수준에서 벗어나 상상 가능한 온갖 모양과 크기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산업 구조면에서도 휴대전화 산업은 자동차 산업을 닮아가고 있다.

수많은 전문 하청업체들이 대기업이 개발해 놓은 모델의 부속품 생산을 담당하고, 소수 대기업의 브랜드를 달고 판매된다.

제조 기술이 빠르게 교환됨에 따라 브랜드와 마케팅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먼저 시작한 서구 기업들이 더욱 경쟁력 있는 아시아업체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것까지도 비슷하다.

한편으로 휴대전화가 자동차의 사회적 기능을 대신하게 된 것은 자동차가 차지하는 부피나 위험성, 환경오염 등을 고려해 볼 때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