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성폐쇄폐질환, 흡연자 10~15%가 잠재환자

  • 입력 2004년 6월 6일 17시 29분


‘얼굴이 마르고 입술이 푸르뎅뎅하며 앞가슴이 튀어나와 있다.’

만성폐쇄폐질환(COPD) 환자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COPD는 만성기관지염이나 허파꽈리가 손상되는 폐기종으로 기도가 서서히 막혀 호흡곤란이 생기는 무서운 질환이다.

지난달 22∼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흉부학회 100회 학술대회에서 폐 관련 전문가 1만4000여명은 최근 환경오염 때문에 급부상하는 COPD와 천식 등 호흡기질환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회에서 가장 큰 이슈는 COPD. 1968년부터 30년 동안 사망률이 무려 163%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엔 인류의 사망원인으로 뇌중풍, 심혈관 질환에 이어 COPD가 3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COPD의 예방과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와 이번 학회에서 새롭게 발표된 치료제를 알아봤다.

▽COPD 예방 금연이 우선=COPD의 원인 중 80∼90%가 흡연 때문이다.

미국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 바로톨로메 챌리 교수는 “흡연자의 10∼15%는 COPD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흡연은 기관지 내에 먼지를 걸러주는 섬모운동을 방해해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 등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COPD는 하루 한 갑 이상 20년 이상 흡연한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따라서 흡연자 중 아침에 가래와 기침이 평상시보다 많이 나오면 빨리 병원에서 폐기능을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 COPD는 고혈압처럼 일찍 발견해 잘 관리하면 치료되는 병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퀸스대 호흡기 내과 데니스 오드넬 교수는 “COPD 환자는 숨을 짧게 쉬기 때문에 숨이 차서 몸을 덜 움직이게 된다”며 “이로 인해 다리 팔 가슴 등의 근육이 약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오드넬 교수는 “걷기 운동을 매일 일정한 시간에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는 매년 독감백신 주사를 맞고 저녁엔 과식하거나 커피 홍차 콜라 초콜릿 등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COPD 전문용 치료제 주목=이번 학회에선 국내에선 아직 출시가 안 된 COPD 전문 치료제인 ‘스피리바’의 임상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스피리바는 1일 1회 흡입하는 기관지 확장제로 국내엔 9월 쯤 출시될 예정. 현재 세계적으로 COPD 치료가이드라인에서 1차적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COPD 환자는 숨을 내쉴 때 공기 흐름이 막혀 폐에 공기가 남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되면 호흡곤란을 일으켜 계단 오르내리기와 같은 간단한 일상생활을 못하게 된다.

261명의 환자를 2개 집단으로 나눠 6주간 관찰한 결과 이 약을 사용한 환자는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폐에 남아 있는 공기의 양이 평균 12% 정도 감소됐고 운동능력도 크게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학회에서 미국 베일러 의대 니콜라 하나니아 교수는 기관지 상태 개선에 도움을 주는 면역조절제, 류코트린수용체길항제, 항생제 등은 COPD 환자의 치료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COPD 인식부족이 문제=지난해 대한결핵호흡기학회와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성인 9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COPD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45세 이상 성인 8%가 COP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3배나 높았고 남성 COPD 환자의 90%는 흡연자였다.

이들 환자 중 진단을 받은 경우는 23.5%, 치료를 받은 사람은 14.3%에 불과하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김동순 교수는 “호흡곤란 객담 기침 같은 COPD 증세를 단순히 나이 들면서 발생하는 당연한 것으로 아는 일반인의 인식부족이 치료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올랜도=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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