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연구’의 판단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창의연구단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의 김도연 교수는 “외국의 앞선 연구를 좇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내는 연구”라며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신선한 발상으로 기초과학을 파고들어야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이다 보니 ‘당장 돈 되는’ 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잠재적 부가가치는 크다. 서울대 오우택 교수가 대표 사례. 태평양사와 공동으로 부작용이 적은 획기적인 소염진통물질을 개발해 2월 19일 독일의 쉬바르츠사와 공동개발 협약식을 맺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으로 인정받으면 무려 1650여억원의 기술이전료를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고추의 매운 원인 찾아내면 신개념 진통제 연결
고추가 매운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왜 매운지 꼬치꼬치 물어보면 ‘별 싱거운 질문 다하네’ 라고 말하기 쉽다. 굳이 이유를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증’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약대 오우택 교수는 달랐다. 잘게 썬 고추가 먹을 때는 물론 피부에 닿기라도 하면 맵고 아프게 느껴진다. 그 원인을 찾으면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각종 통증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시신경 반응 밝히면 고속 메모리칩 단서
연세대 화학과 김동호 교수는 ‘찰나’의 세계에 관심이 많다. 식물이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때 순간 반응 시간은 불과 1000조분의 1초(펨토초) 수준. 사람이 한 곳을 응시하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때 시신경 내의 분자구조가 바뀌는 것도 비슷한 시간대에 이뤄진다. 이 찰나의 세계를 이용하면한 광합성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면 태양빛을 100% 가깝게 이용하는 전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또 분자 하나가 ‘읽고 쓰고 지우는’ 기능을 수행하는 머리카락 1000분의 1 크기의 ‘나노 메모리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돛새치 비밀 캐내면 초고속 잠수함 개발
물 속에서 가장 빨리 헤엄치는 동물은? 시속 40∼50km로 움직이는 돌고래나 상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길이 3, 4m의 돛새치가 최고기록 보유자다. 자그마치 시속 110km에 달한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최해천 교수가 매달리고 있는 연구대상이 바로 돛새치의 피부다. 그 구조의 비밀을 알아내면 물 속에서 자동차만큼 빨리 달리는 잠수함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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