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알면 이긴다]<5·끝>민간요법, 고통만 키운다

  • 입력 2004년 6월 20일 17시 58분


《암에 걸리면 대학교수나 의사도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약초 등을 찾게 된다. 특히 말기 암 환자는 그 정도가 심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민간요법을 구한다.》

암 환자에게 지출되는 의료비의 40%가 임종 전 1개월에 지출된다는 통계도 민간요법이 얼마나 극심한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어떤 민간요법도 암 환자를 완치시킬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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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암 치료법은 없다=말기 암 환자의 90% 이상은 민간요법에 매달린다. 그러나 실제로 치료를 받고 나았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부 제품은 간 기능을 떨어뜨려 황달과 복수를 일으킨다. 또 면역세포를 만드는 골수 기능을 떨어뜨려 환자가 더 고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기존에 잘 받던 치료제를 바꾸거나 치료시기를 연기해야 된다는 점이다.

기도원에서의 금식기도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도 피해야 된다.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도 기도원에 들어가는 바람에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신앙적인 믿음도 현대의학과 함께 해야 치료효과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엔 상황버섯, 차가버섯, 미슬토우 등 면역을 높이는 민간요법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실험실에서 면역세포가 활성화됐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지만 그것을 토대로 암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단백질 보충은 필수=말기 암 환자의 경우 체질개선과 항암효과 때문에 채소나 과일 위주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또 고기를 먹으면 암이 퍼진다는 말 때문에 일절 고기를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아무 근거가 없다.

단백질 보충은 체력 회복과 면역력 증강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더구나 항암제 치료 중 야채 위주의 식사는 백혈구 수치를 떨어뜨려 치료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세균 감염을 잘 일으킨다.

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맛이 떨어진다. 최근엔 입맛이 뚝 떨어진 말기 암 환자에게 ‘메게이스’라는 호르몬 제제를 사용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말기 암 환자 통증치료=말기 암 환자에게 가장 힘든 것은 통증이다. 암 환자의 90%는 통증을 호소한다. 특히 뼈로 전이가 잘 되는 폐암, 유방암은 가장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통증만 없애도 암 환자는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

통증 치료엔 흔히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는 1986년 ‘암 고통 완화보고서’를 통해 단계별로 마약성 진통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나 보호자 또는 의사들이 진통제의 중독이나 의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는 최대량을 투여해도 중독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진통제는 아플 때에만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통증 조절이 잘 된다.

최근엔 먹자마자 금방 진통효과가 있는 ‘속효성 마약제제’도 일부 병원에 도입되면서 환자들의 통증 조절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도움말=연세대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이창걸 교수, 종양학과 김주항 교수,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 -끝-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말기암…알릴까 말까▼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다면 가족은 이 사실을 알려야 할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환자에게 있는 사실 그대로 알려줬다가 환자가 까무러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환자에게 숨겼다가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삶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서울의 7개 대학병원과 국립암센터에서 암 환자 433명과 가족 325명을 대상으로 암 통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암 환자의 96%, 가족의 77%가 사실을 통보해주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보다는 환자가 더 알기를 원한다는 조사결과다.

결국 가족은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 다음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된다.

만약 환자가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인생철학이 정립됐으며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면 가족이나 의료진이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다.

만약 환자가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되면 ‘혹이 있다’, ‘검사 수치가 점점 나빠진다’ 등으로 넌지시 암시를 해주는 것도 한 방법.

한편 말기 암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는 호스피스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호스피스는 전국에 50여개가 있지만 실제로 환자가 이용하는 경우는 5% 미만이다. 항암제 방사선 등의 암 치료보다는 통증 조절 등 증상 완화와 편안한 임종에 목표를 둔다. 또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hospicecare.co.kr, 02-818-6035)로 연락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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