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자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머지않아 로봇과 편안히 악수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일본 도쿄대 소메야 다카오 교수팀은 논문에서 “로봇이 손으로 물건을 잡을 때 압력을 느낄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피부의 촉감은 로봇이 물체의 정체를 알아내거나 정교한 작업을 하는 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로봇 손의 표면을 휘어지기 쉬운 물질로 덮어야 한다.
연구팀은 전기가 전해지는 흑연 조각들이 들어간 고무 같은 폴리머(고분자화합물) 판 밑에 가로 세로 32개씩 총 1024개의 유기 트랜지스터를 설치한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유기 트랜지스터는 휘어지기 쉬운 유기 물질로 구성된 특별한 종류로 가로 세로가 각각 2.5mm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피부는 압력이 가해질 때 폴리머 판의 전기 흐름이 달라지고 이런 변화가 각각의 트랜지스터에서 감지되도록 설계돼 있다. 압력이 어디에 가해졌는지도 알 수 있다.
이 전자피부는 반지름 2mm의 원통형 막대 둘레를 감쌀 때조차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연규 박사는 “일본팀의 전자피부는 휘어지며 로봇 표면을 감쌀 수 있다는 점에서 첨단이지만 압력만 측정한다는 점은 단점”이라며 “로봇은 컵을 쥘 때처럼 압력뿐 아니라 미끄러지는 힘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학기술부 21세기프론티어사업단의 하나인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사업단’의 지원하에 가로세로 각각 1mm의 소형센서 100개가 1cm² 안에 밀집된 전자피부가 개발되고 있다. 센서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압력과 미끄러짐을 감지할 수 있어 인체 피부의 촉감에 더 가까워지는 게 특징이다. 한편 소메야 교수는 자신들의 전자피부가 로봇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응용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압력을 감지하는 카펫은 발이 누르는 양상에 따라 식구와 낯선 사람을 구별할 수 있고 전자피부로 된 자동차시트는 운전자의 신체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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