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의 건강파일]<13>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

  • 입력 2004년 7월 18일 17시 28분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는 매주 2회씩 마라톤을 한다. 간간히 게릴라성 폭우가 퍼 부었던 14일 오후 유씨가 직원들과 남산 산책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김동주기자 zoo@donga.com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는 매주 2회씩 마라톤을 한다. 간간히 게릴라성 폭우가 퍼 부었던 14일 오후 유씨가 직원들과 남산 산책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김동주기자 zoo@donga.com
《1971년 연극 무대에 데뷔한 후 30년 넘게 배우로, 대학교수로 활동했던 유인촌씨(53). 그가 최근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으면서 더욱 바빠졌다. 서울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각오도 대단하다. 그는 평소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먹거나 따로 건강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도 건강한 비결이 있을 텐데….》

● 월요일 저녁 한강서 ‘포레스트 검프’

수요일 오후 7시. 그는 반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사무실을 나선다. 회사직원과 동료연예인 여러 명이 뒤를 따른다. 달리기 위해서다.

서울 남산 산책로 입구∼석호정∼국립극장의 왕복 7km를 30분 만에 주파한다. 대략 시속 14km의 가볍지 않은 속도다.

매주 월요일 같은 시간. 그는 ‘포레스트 검프’가 된다. 방송이 끝난 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한강둔치에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영동대교 인근 토끼굴까지 13km를 달린다. 때로는 노을을, 때로는 어둠을 배경으로 홀로 묵묵하게 달린다.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마라톤을 시작한 지는 2개월 정도 됐다. 올가을쯤 마라톤 대회에서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 ‘몸만들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마라톤 초보자지만 그는 80년대 중반부터 ‘달리기 마니아’였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연극 연습이 끝나면 늘 강남구 청담동의 집까지 달려갔다. 달리기는 호흡조절과 발성 연습에 더없이 좋단다. 그래서 그는 달릴 때 항상 대사를 소리 내면서 외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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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 넘기면 짜릿한 기쁨이…

마라톤은 심폐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는 고혈압을 다스리는 데도 마라톤을 활용한다.

고혈압은 우연히 발견됐다. 7년 전 급성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최고혈압(수축기혈압)이 220mmHg까지 올라갔다. 진단결과 유전적 원인에 의한 고혈압이었다. 평상시에도 최저혈압(이완기혈압)은 100∼110mmHg, 최고혈압은 150∼160mmHg 수준이었다. 마라톤을 하면 혈압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운동 시작 전에 혈압을 재면 약을 먹어도 100∼140mmHg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운동 직후 혈압은 70∼100mmHg로 뚝 떨어졌다.

마라톤은 그 어떤 운동보다 간편함이 무기다. 반바지와 운동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몸만 허락한다면 환갑 이후에도 계속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마라톤을 하면 친화력이 생기는 것도 장점.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혼자 달리는 게 더 좋단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힘들 때 다른 사람이 그 괴로움을 대신 해 줄 수 없지요. 그러나 모든 역경을 이겨낸 뒤 얻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 초보자, 중간에 힘들어도 걸으면 안돼

중간에 힘들더라도 걸으면 안 된단다. 그러나 초보자는 너무 힘들다. 그 역시 고충을 안다.

“처음 3∼4km까지가 가장 힘이 들어요.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그러면 갈등을 합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지? 그만둘까? 이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요. 그러나 포기하면 마라톤의 진정한 묘미를 알 수 없지요.”

5km 정도가 지나면 다시 마음이 편해진다. 6∼7km 이상을 달리면 차츰 기분이 좋아진다. 가빴던 숨이 가라앉고 몸도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고비를 넘긴 후 찾아오는 평온. 그는 이를 무아경(無我境)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마라톤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요즘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발을 내디딜 때 반드시 뒤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한다. 또 땅에서 발을 많이 들어올려 성큼성큼 뛰는 폼은 좋지 않단다. 지면에 발을 붙이듯이 낮게 미끄러지듯 뛰어야 한다. 오르막길을 달릴 때는 상체를 약간 앞으로 내밀어야 한다. 이때 보폭은 줄이고 잰걸음으로 뛰는 게 좋다. 팔은 L자 모양이 되도록 뒤로 많이 빼란다. 그래야 움직임이 자연스러워 좋다는 것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전문의 평가…달리기 연습 주3회로 늘려야▼

마라톤은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을 강화시키는 유산소 운동. 보통 4단계로 훈련한다. 1단계가 5km, 2단계가 10km, 3단계가 하프코스, 4단계가 풀코스 완주다.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는 몇 단계일까.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2단계와 3단계의 중간”이라며 “마라톤 횟수를 주3회로 늘리고 하프코스를 5회 정도 달린 뒤 완주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씨가 3∼4km구간에서 괴로웠다가 5km를 넘어서면 평온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 교수는 “계속 달리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돼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가 ‘무아경’이라고 표현한 이 시기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 부른다. 이 교수는 달릴 때 허리는 곧게 세우고 20m 전방을 응시할 것을 권했다. 입으로 들숨을, 코로 날숨을 2회씩 반복한다.

발뒤꿈치가 먼저 닿도록 해야 하지만 보폭이 30cm미만일 때는 발 앞이 먼저 닿는 게 좋다. 평지에서는 보폭을 반으로 줄이도록 한다. 언덕을 오를 때 자신의 발끝을 보며 달리면 피로감이 훨씬 덜하다. 내리막에서는 상체를 뒤로 당겨 가속도를 줄이도록 한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무릎통증. 이때는 얼음찜질을 먼저 해 주되 2, 3일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는 게 좋다. 물은 자주 마시는 게 좋다.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비만, 뼈엉성증(골다공증), 천식환자는 마라톤이 좋지 않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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