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현장에서/디지털TV, 콘텐츠에 달렸다

  • 입력 2004년 7월 19일 16시 57분


디지털TV 전송방식 타결로 디지털TV를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저렴한 제품이 나와 디지털TV가 내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TV 붐 조성을 위해 파격적 가격의 국민형 디지털TV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식(ATSC) 전송방식은 LG전자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사실상의 ‘한국식’ 기술이라는 점에서 국내 디지털TV 산업의 전망 또한 밝아졌다.

하지만 디지털TV를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등을 잇는 주력 수출제품으로 육성하려면 단순히 디지털TV 보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성능 좋은 디지털TV라도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작년부터 디지털 본방송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디지털방송의 장점을 실감할 수 있는 고화질(HD) 콘텐츠를 방송하는 시간은 지상파 방송사별로 주당 13시간 안팎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가의 디지털TV가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수신기를 따로 장만하지 않아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이나 LCD TV 같은 수백만원짜리 디지털TV를 아날로그 방송을 보는 데만 쓰는 사례도 많다.

제대로 된 디지털 방송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한데 전송방식 논란이 해소됐다고 디지털TV 판매가 갑자기 늘 수 있을까? 아날로그 방송과 큰 차이 없는 일반화질(SD)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멀쩡한 TV를 바꿀 소비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다행히 그동안 지연됐던 디지털 방송 전환 작업이 재개돼 늦어도 8월에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대 광역시에서도 지상파TV의 디지털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된다. 8월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의 주요 경기를 안방에서 HD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디지털TV의 대중화를 위해 HD 콘텐츠의 확대는 값싸고 성능 좋은 디지털TV의 개발만큼 중요하다. 전송방식 확정을 계기로 HD 콘텐츠가 쏟아져 진정한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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