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께를 기존 제품에 비해 15cm 줄인 32인치 디지털TV용 브라운관 ‘빅슬림(Vixlim)’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름은 승리(Victory), 대형(Big), 얇다는 뜻의 슬림(Slim)을 조합한 것이다.
기존 동급 브라운관의 두께가 50cm이지만 이 제품은 35cm이고 이 브라운관을 장착한 32인치 TV의 두께 역시 기존 60cm에서 38cm로 대폭 얇아짐으로써 32인치 LCD TV와 거의 같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32인치 LCD TV는 본체 두께가 10cm가량이지만 DVD 플레이어, 셋톱박스, 홈시어터 등을 함께 사용할 경우 최소 30cm 이상 필요한 만큼 슬림형 브라운관 TV와 같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
삼성SDI 김재식 전무는 “브라운관은 빠른 응답속도, 선명한 화질, 고해상도 등 디스플레이 고유의 특성에서는 LCD나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다른 평판 디스플레이보다 앞서지만 폭이 두껍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단점이었다”며 “이번에 슬림형 브라운관이 개발됨으로써 이런 단점을 극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자총에서 나오는 빨강 파랑 초록 등 3색 전자빔을 스크린에 투사해 영상을 구현하는 브라운관은 두께를 줄일 경우 짧은 거리에서 빛을 화면 전체에 골고루 확산시키기 어려워 브라운관의 두께를 줄이는 것은 어려운 기술로 여겨졌다.
삼성SDI는 내년 초부터 슬림형 브라운관 TV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32인치는 물론 28, 29, 34인치 제품도 개발해 내년 말까지 기존의 대형 TV용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추가 투자 없이 모두 빅슬림 전용라인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한편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슬림형 브라운관 TV 개발에 박차를 가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SDI 김순택 사장은 “아날로그 시대의 디스플레이로 취급받던 브라운관이 신기술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게 됐다”며 “신제품이 브라운관 전성시대를 다시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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