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교수의 Really?]과일의 당분, 설탕보다 1.75배 달다

  • 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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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은 과당이 많을수록 달지만 유기산이 가져다주는 약간의 시큼함이 더해져야 진정한 맛이 완성된다.
과일은 과당이 많을수록 달지만 유기산이 가져다주는 약간의 시큼함이 더해져야 진정한 맛이 완성된다.
여름은 풍성한 과일의 계절이다. 더위에 지친 몸에 달콤하고 시큼한 과일만큼 좋은 것을 찾기는 어렵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가득한 과즙과 부드러운 섬유질은 그리스 신들이 먹었다던 암브로시아를 떠올리게 해준다.

과일의 백미는 역시 단맛이다. 과일의 달콤한 맛은 대부분 과당과 포도당을 비롯한 단당류 때문이다. 모두가 탄소 6개, 수소 12개, 산소 6개로 돼 있지만 분자 구조의 작은 차이 때문에 맛을 비롯한 화학적 특성은 크게 다르다. 단맛의 대표인 설탕의 단맛을 1이라고 하면 포도당의 단맛은 0.75이고 과당은 1.75나 된다. 그러니까 과당이 많을수록 과일의 맛은 더 달게 된다.

그렇다고 단맛이 과일 맛의 전부가 아니다. 약간의 시큼함이 더해져야 비로소 진정한 맛이 완성된다. 과일의 신맛은 사과 포도에 많이 들어있는 말산(능금산)이나 귤 레몬에 많이 들어있는 시트르산(구연산)과 같은 유기산 때문이다.

우리가 과일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데는 화학적인 이유가 있다. 단당류는 우리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원이고, 유기산은 비타민과 함께 세포가 단당류를 분해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세포들이 요구하는 화학물질에 길들여진 셈이다.

하지만 과일이 원래부터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자연산 과일은 대부분 능금이나 돌배처럼 볼품없는 모양만큼이나 현재 우리가 먹는 과일에 비해 맛도 없고 영양도 떨어진다.

우리는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과일을 더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뿌리를 통째로 바꿔버리는 ‘접목’이나 잡종 교배로 유전자를 변형시켜버리는 ‘육종’이 바로 그런 방법들이다. 맛을 내기 위해 특별한 비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추운 겨울에도 열매를 맺도록 만들기도 한다.

현재 우리 입맛에 맞도록 인공적으로 개량해 재배하고 있는 과일이 전 세계적으로 3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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