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성시웅·成始雄)는 29일 부적격 혈액을 유통시킨 혐의로 대한적십자사 산하 전·현직 중앙 및 지방 혈액원장 등 2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4개 시민단체가 혈액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와 적십자사 산하 전국 혈액원을 고발한 사건을 접수해 6개월 동안 혈액원 관계자 180여명을 상대로 수사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보건복지부나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 관계자는 처벌하지 않고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기소해 논란이 예상된다.
기소 대상자 중 13명은 부적격 혈액이 유통됐을 당시 혈액원장이었으며 혈액과장 7명, 검사담당자 6명, 간호사 1명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1999년 이후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례 7건, B·C형 간염에 감염된 사례 8건, 말라리아에 감염된 피해 사례 4건 등을 적발했다.
특히 그 동안 역학 조사 등을 통해 밝혀졌던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 피해 사례가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 조사 결과 적십자사는 에이즈 바이러스 잠복기 상태인 3명으로부터 채혈된 혈액을 6명에게 수혈한 것으로 드러났다. 6명 중 4명은 에이즈에 감염됐고, 이미 사망한 2명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에이즈 감염자 가족 중 한 명은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시웅 부장은 "에이즈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7건 있었지만 법규 미비로 이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기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또 간염에 감염돼 헌혈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 9명으로부터 과거 헌혈 경력 조회를 하지 않고 받았으며, 검사과 직원들은 이 혈액을 음성으로 잘못 판정했다. 이를 수혈받은 15명 중 8명이 간염에 감염됐다.
말라리아 보균자 4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을 8명에게 수혈해 이 중 4명이 감염된 사례도 드러났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검찰 수사 발표가 헌혈 감소로 이어져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민들이 계속 헌혈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건강세상 네트워크는 "이번 수사결과는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뿐 전체 16개 혈액원을 관리 감독하는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나 보건복지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혈액파동에 대해 정부기관이 책임을 면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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