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식 뇌물’ 받고 정보화 촉진하나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44분


일부 업체에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해 주고 그 대가로 미공개주식을 헐값에 챙긴 정보통신부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간부 등 33명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한 정통부 국장은 정부사업계획을 특정업체에 흘려 줘 출연금 14억원을 지원받도록 돕고, 자신의 형수가 이 기업 주식을 사고팔아 1억원을 챙기도록 했다. 심지어 기술평가를 맡은 국립대 교수들까지 주식을 받고 해당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정보기술(IT)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사업성을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성패가 관(官)과의 유착 및 거래 여부에 의해 갈린다면 국가적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유망하지만 음성적 로비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지원을 받지 못해 고사될 것이고, 반대 유형의 기업들만 살아남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비리공직자들은 벤처부실화의 장본인이라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부패가 판치는데도 IT벤처 붐이 부실만 남긴 채 꺼져 버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검찰과 사법부는 고발 조치된 13명을 엄벌로 다스려 국가경제의 손실을 담보로 뇌물을 챙기는 공직자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심각한 것은 ‘주식 뇌물’뿐이 아니다. 감사원이 밝힌 정보화촉진기금의 허술한 관리와 낭비 실태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기숙사 건축자금으로 기금에서 100억원이 중복 지원되는 사례까지 있었다.

정부는 이런 낭비구조를 내버려 둔 채 예산증액 타령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수준의 세금과 준(準)조세 부담만도 힘겨운 국민에게 갈수록 심한 납세의 고통을 안기기에 앞서 줄줄 새는 예산과 기금의 구멍부터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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