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 따가운 것은 햇빛의 일부인 적외선 때문이다. 적외선은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피부에 닿으면 뜨겁게 느껴진다. 백열전구의 빛이나 난로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적외선 때문이다.
햇빛의 적외선이 공기 입자들에 의해 흩어지거나 흡수되는 정도는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길수록 커진다. 여름철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해가 높이 솟아오른다. 이때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짧아져 대부분의 적외선이 흡수되거나 산란되지 않고 그대로 지표면에 도달하게 된다. 한낮의 뙤약볕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따가운 이유다.
뙤약볕의 이런 열기도 한낮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해가 조금만 기울어도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밤에도 열대야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가시광선은 피부에 닿아도 그렇게 뜨겁지 않다. 하지만 짙은 색의 물체에 흡수되면 적외선 형태의 복사열이 방출된다. 한낮에 아스팔트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의 정체가 바로 복사열이다.
복사열이 지구 대기 중에 아주 조금 들어 있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온실 기체에 흡수되면 기온이 올라간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날에는 한낮의 열기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열대야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 대부분의 날씨 변화는 온실 기체 때문에 생긴다. 요즘에는 온실 기체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지구 온난화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온실 기체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메마른 사막에서 해가 지고 나면 견디기 어려운 추위가 찾아오는 것은 온실 기체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무엇이나 너무 많거나 적으면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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