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올해초 아주대 김영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독특한 실험을 실시했다. 안구추적기를 이용해 인터넷 사용자들의 주의를 측정한 것. 그 결과 웹 페이지에서 사용자의 시선이 공통적으로 로그인 영역과 검색기, 뉴스게시판 순서로 이동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다음은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로그인과 검색기 주변에 광고를 배치, 기존 디자인에 비해 2배 이상의 클릭수를 이끌어냈다.
뉴스 페이지 오른쪽 끝 부분에 광고를 배치하는 것도 심리현상 때문. 전통적으로 화면의 오른쪽 끝은 인간의 주의가 잠시 쉬어 가는 공간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가다가 줄을 바꾸기 직전 그 동안 집중됐던 주의력에 잠시 공백이 생긴다. 이 '빈틈'에 새로운 정보를 집어넣으면 주의가 환기되면서 기억에 더욱 잘 남게 된다는 것이다.
김영진 교수는 "주의력은 눈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안구운동에 대한 연구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 심리를 파악하는 하나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최근 사이버 심리현상을 연구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독특한 심리현상은 종종 중독이나 왕따, 범죄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광고나 웹디자인은 네티즌의 심리반응에 민감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9월2일로 탄생 35돌을 맞는 인터넷. 그동안 인터넷은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한국실험심리학회의 도움으로 흔히 겪게 되는 사이버 심리현상을 정리했다.
◇'웹 검색을 하다가 왜 엉뚱한 사이트에 가있나?'-검색을 하다 길을 잃는 경우는 사이트 구조에 익숙하지 않거나 기억력이 떨어졌을 때, 메뉴 디자인이 잘못 설계됐을 때 일어난다. 원래 목적을 잊은 채 엉뚱한 검색을 하는 이유 역시 기억력의 한계,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주어질 때 발생한다. 여러 웹 페이지를 돌아다녀도 득이 될만한 자료를 못 찾는 것은 사이트 안에 정보는 많지만 짜임새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정보 검색도 좌뇌형, 우뇌형 있다'-오른쪽 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사이트 안에서 새로운 링크(연결)을 더 많이 찾거나 사이트맵이나 도움말을 많이 이용하는 반면 왼쪽 뇌를 주로 쓰는 사람은 색인이나 검색처럼 분석적인 탐색에 치중한다는 것. 전북대 박창호 교수는 사람마다 탐색 방식이 다른 이유가 두뇌 사용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보를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는 고물 검색엔진 탓?'-얼마전 전북대 연구팀이 대학생들의 검색기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불과 1-2개의 검색어만을 검색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에 실패한 뒤에도 검색어를 바꾸지 않은 채 다른 검색기로 옮겨간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반해 연상어나 특이한 구절을 넣은 경우 검색 성공률이 올라갔다. '5대강'의 총길이를 알고 싶다면 '강'으로 검색하기보다 '하천'이나 '수자원'를 검색어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야후.co.kr과 야후.com의 디자인은 왜 서로 다를까?'-이미지와 텍스트로 점철된 한국의 포털. 시원스럽다 못해 '썰렁'한 외국의 포털.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이는 한국인이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고 주위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을 디자인에 반영한 것. 한국인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주변 정보를 자세히 훑어본 뒤에야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사이버 공간 '왕따', '안티' 현상에도 이유 있다'-심리학자들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를 '동조'와 '감정전이'라는 심리현상에서 찾는다. 심리학에서 동조란 힘있는 사회적 규범이나 대다수의 의견 등에 개인의 의견이나 행동을 동화시키는 경향. 1988년 미국 심리학자 스밀로위츠는 사이버 공간에서 동조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는 사실을 처음 발표했다. 분노를 만만한 대상에 풀어버리는 '감정전이'현상까지 겹치면 타인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이나 집단 따돌림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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