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原電’서 수소 휘발유 펑펑…제주서 국제 원자로회의 열려

  • 입력 2004년 8월 31일 17시 42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4세대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액체금속로 ‘칼리머-600’ 모형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한도희 박사, 장문희 단장, 김항노 부장, 장종화 박사, 김현준 실장.-사진작가 박창민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4세대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액체금속로 ‘칼리머-600’ 모형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한도희 박사, 장문희 단장, 김항노 부장, 장종화 박사, 김현준 실장.-사진작가 박창민
2030년 9월. 자동차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수소 휘발유’를 가득 채운다. 원전은 핵연료를 수십 번 이상 다시 쓰고 위험한 핵폐기물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최근 주목받는 4세대 원자로가 그리는 미래다. 4세대 원자로는 첫 상업용 원자로(1세대)와 현재 운영중인 2, 3세대 원자로를 잇는 차세대 원자로다. 새로운 발전 방식을 이용해 더 경제적이며 안전한데다 핵무기로 쓰이기 어려워 원자력 역사에 일대 혁신을 이룰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0∼2030년 이후 4세대 원자로가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한국은 최근 시작된 ‘4세대 원자로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원자력 무대의 중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한국 등 11개 나라가 모인 4세대 원자로 국제포럼(GIF)이 1일부터 3일까지 제주에서 정책회의를 여는 것도 한 예다. 과학기술부 조청원 원자력국장은 “원전 선진국으로만 구성된 이 모임에 한국이 끼어 있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차세대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확보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실제 연구 개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여러 종류의 4세대 원자로 후보 중 한국은 수소생산로와 액체금속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액체금속로는 냉각제로 물 대신 액체금속(나트륨)을 쓰며 핵연료를 태워 새로운 연료를 재생산하는 원자로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설계한 액체금속로 ‘칼리머-600’은 2001년 4세대 포럼에서 당시 세계 최고였던 일본의 원자로와 함께 우수 모델로 선정됐다. 1992년부터 이 원자로를 연구한 한도희 박사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어렵게 한 점이 돋보였다”며 “올해에만 일본에서 세 차례 초청을 받는 등 한국의 기술 수준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생산로는 원자로에서 나온 초고온가스를 이용해 미래에너지인 수소를 대량 생산한다. 원자력연구소 장종화 박사는 “기름값이 배럴당 34달러가 넘으면 수소 생산에 원자력이 화석 연료보다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GIF 가입국들은 앞으로 15년 동안 1조원을 공동 투자해 수소생산로 실험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차세대 원자로의 앞길에는 장벽도 많다. 일본 몬주액체금속로는 1995년 방사능을 띤 나트륨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아직도 가동이 멈춰 있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4세대 원자로를 들어 “원전 역사에 새로운 새벽이 열리고 있다”면서도 “초고온에 견디는 재료 등 기술적인 어려움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만 보완하고 안정화해도 4세대 원자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석유는 한계가 왔고 재생가능에너지는 미약한 상황에서 원자력은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라며 “한국이 핵무기의 우려가 없는 4세대 원자로를 통해 동아시아 원자력 허브가 되면 수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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