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치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결합해 뇌세포의 분자 변화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가천의대 조장희(趙長熙·68) 교수.
조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가천의대와 독일 의료기기 제조업체 지멘스사의 기술협력 조인식에서 “새 기술로 언어 사고 학습 기억 감정 등 정신작용의 실체를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가 1975년 미국 UCLA 재직 당시 개발한 PET는 세포의 분자 변화를 감지하는 장치. 반면 MRI는 신체 세부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다.
PET와 MRI의 기능을 합칠 경우 뇌세포의 분자 변화까지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지만 이들 기기의 결합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MRI 기기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PET기기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
조 교수는 그러나 “MRI의 자기장 차폐 실험에 성공했다”며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가 내년 5월 문을 열면 1년반 정도 후에 새 기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뇌 검사만을 위해 만들어진 PET 기기는 전 세계에 단 6대 뿐.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는 그 중 1대를 들여와 지멘스가 제공할 MRI 기기와 연결해 새 기기를 만든다.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MRI 기기를 통과하면 자기장 차폐장치를 닫고 다시 PET 기기에 통과시키는 방식. 두 단계 검사의 결과물을 합친 ‘퓨전 영상’을 만드는 것이 연구의 최종 목표다. 조 교수가 이 기기 개발에 성공하면 가천의대는 지멘스와 특허권을 공유하게 된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핵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조 교수는 미국 어바인 소재 캘리포니아주립대에 재직하다 가천의대가 재정지원을 약속하자 이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7월 영구 귀국했다.
이날 조인식에 참여한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교수는 “줄기세포 배양을 실용화하기 위해 조 교수의 기기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기기로 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체내의 반응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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