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자동전화시스템(ACS·Auto Calling System)’이라는 새로운 음성메시지 전송방식이 등장하면서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새로운 광고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광고 대다수가 성인용인 경우가 많아 호기심에 버튼 몇 개 눌렀다가 막대한 통화료를 지불해야 하는 피해를 보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성인용 광고에 무차별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24시간 누구에게나 걸려온다=지난해까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한 것은 광고 문자메시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 1만여건의 휴대전화 관련 신고 중 80% 이상이 문자메시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통신업체 등에 요청해 광고메시지를 차단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불편신고도 함께 줄었다. 광고가 원천적으로 막히자 발송광고 수 자체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5월경부터 상황이 다시 나빠졌다. 이전까지 월 2000∼3000건으로 줄었던 신고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7월엔 3만건에 육박했다. 바로 음성광고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하는 ACS라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기 때문.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성가신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차별적인 성인용 음란광고에 청소년들이 쉽게 노출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터넷 성인물처럼 성인 인증이 따로 없어 접근도 용이하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많게는 수백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며 “여성의 목소리로 노골적으로 유혹하면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전화광고업체가 ACS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현재로선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기 때문.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은 광고 발송 이후 수신자가 거부의사를 표시해야 재발송하지 않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사전 차단이 어려운 상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스팸대응팀 장재영 연구원은 “사전에 수신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광고를 보낼 수 없는 ‘옵트인(Opt-in)’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을 개정해도 한계가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현재의 기술로는 전화광고를 차단할 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 문자메시지처럼 증거가 남질 않아 도청을 하지 않는 이상 출처를 밝히기도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서비스업체로 등록된 번호는 시정명령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거를 수 있지만 전화광고는 발신번호를 남기지 않으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강력한 처벌규정을 만들고 집행기관을 명확하게 해 엄격하게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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