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 前직원 ‘해킹중독’…1000여대 컴퓨터 제집드나들듯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21분


개인은 물론 대학교, 공공기관 등의 컴퓨터 1000여대에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정보를 빼낸 전직 정보보안업체 직원 출신 해커가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1000여대의 컴퓨터를 해킹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유명 컴퓨터보안업체 H사 전 직원 이모씨(30)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2년 말 회사를 그만둔 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신의 집에서 개인과 공공기관의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을 몰래 전송해 설치한 뒤 상대 컴퓨터를 원격 조작해 정보를 빼내는 방법으로 화면정보 26건과 키보드 입력정보 1만3000여건을 빼낸 혐의다. 이씨가 해킹한 기관 중에는 서울대 연구실이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들도 포함돼 있었지만 이들은 피해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져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보안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뚜렷한 동기가 없이 수많은 컴퓨터를 돌아다니며 해킹한 점에서 정복감 등을 노린 일종의 ‘해킹중독자’로 보인다”며 “하지만 상대방의 금융정보에도 접촉한 흔적이 있는 만큼 중요정보를 해킹해 악용했는지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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