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휴대전화 통화 옆사람이 기분나쁜 이유

  • 입력 2004년 10월 14일 19시 04분


“여보세요. 어, 그래. 나 지금 지하철….” 계속되는 휴대전화 통화를 주위 승객들이 무시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를 듣게 되는 것은 매우 짜증나는 일이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큰 소리로 떠들기 때문일까. 휴대전화 통화를 엿들을 때 짜증이 나는 진짜 이유가 최근 밝혀졌다.

영국 요크대 심리학과의 앤드루 몽크 교수팀이 ‘행동 및 정보기술’지 10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휴대전화 통화가 짜증을 일으키는 이유는 사람이 대화의 한쪽만 들을 수 있을 때 본능적으로 귀를 기울이며 내용을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열차에 탄 승객 옆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거나 두 사람이 대화하게끔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승객이 대화 전체를 듣거나 한쪽 얘기만 들을 수 있도록 연출됐다. 대화의 내용은 곧 다가올 휴일에 친구 집에서 열릴 파티에 관한 것.

연구팀은 승객에게 어떤 상황의 대화가 얼마나 짜증나고 방해가 됐는지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쪽 얘기만 들을 수 있는 경우가 휴대전화 통화만큼이나 짜증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대화 전체를 들을 수 있는 때는 덜 짜증을 일으켰다.

몽크 교수는 논문에서 “휴대전화 통화처럼 대화의 한쪽만 듣는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대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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