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다이어트]“비만은 질병… 감량은 치료”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6시 18분


《“체중은 2kg 정도 빠지셨네요. 하지만 근육이 주로 빠지고 체지방은 오히려 300g 늘어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빨리 체중을 줄이고 싶어 식사를 부실하게 했네요. 식사 양을 줄이는 대신 두부나 생선과 같은 단백질 섭취에 신경을 쓰세요.” 20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비만 클리닉’의 박용우 교수가 비만 환자인 강모씨(33·여)의 체지방 검사 분석 결과와 식사일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박 교수는 “체중이 줄더라도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면 같은 양을 먹어도 점점 더 살이 찌는 체질로 바뀐다”며 “근육을 유지하려면 규칙적 운동과 함께 끼니를 거르지 말고 균형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첫 아이를 낳은 강씨는 몸무게가 임신 전 60kg에서 임신 말기엔 83kg까지 늘었다. 출산하면 곧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산후 두 달이 지나도 몸무게는 75kg선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급한 마음에 하루에 한 끼 이상 굶었더니 2주일 만에 5kg이 줄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니 곧 75kg으로 되돌아갔다.

강씨는 “혼자서 체중을 조절할 때는 근육이나 지방이 어떻게 변하는지 몰랐다”며 “의사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니 편안한 마음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에서는 약물치료는 물론 운동요법과 식이요법에 대한 상담도 함께 진행한다. -이종승기자

최근에는 비만이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며 식이 운동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제대 서울백병원과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에서는 월평균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일부 개인병원이나 다이어트센터와 달리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비만관리를 받을 수 있다.

▽서울백병원=비만센터에는 ‘체중관리’와 ‘체형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체중관리’ 프로그램은 3개월 과정으로 주 1회 병원을 방문해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받는다. 첫 방문에서는 고혈압 당뇨 등 질병이 없는지, 식습관은 어떤지, 신체 활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검사한다.

강재헌 교수는 “비만의 원인을 파악해 식이요법, 운동, 약 가운데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며 “약 50%의 환자에 약을 처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경우엔 각각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저해제를 처방한다. 단, 식욕억제제는 입이 마르고 혈압과 맥박이 빨라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비만 치료의 성공률은 절반 정도. 환자의 약 60%가 3개월 과정을 마치며 이 가운데 90%가 목표 체중인 10kg를 줄인다는 설명이다.

비용은 첫 1개월에 각종 혈액검사, 복부컴퓨터단층촬영(CT), 체지방측정, 상담 등을 포함해 30만원. 2개월째는 10만원, 3개월째는 20만원이다. CT 등의 검사를 통해 복부 지방이 얼마나 줄었는지 등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체형관리’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전문 의료용 장비 ‘엔더몰로지’를 이용해 특정 부위의 지방을 줄인다.

강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해 복부 등에 몰려있는 지방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지방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0회 이상 치료받은 경우 효과가 있으며 가격은 1회에 6만원, 4회에 20만원.

▽강북삼성병원=병원을 처음 방문한 환자는 생활습관, 식습관 등을 묻는 설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비만해졌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다.

박용우 교수는 “당뇨병 등과 같은 특정 질환의 결과로 비만해졌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며 “복부비만 환자는 대사증후군 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비용은 최대 30만원선.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엔 식이요법, 운동, 약 처방을 받아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한다. 이 때 체지방검사를 받고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식이요법에 문제가 없는지, 약의 부작용이 있는지, 운동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받는다. 비용은 5만원선.

박 교수는 “환자의 식사일기를 통해 적게 먹더라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는지, 단백질은 부족하지 않은지 등을 점검해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아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볶음밥 대신 비빔밥을, 설탕과 프림이 들어간 커피보다는 원두커피를 권한다.

체지방 검사를 통해 체지방과 근육이 조화를 이뤄 가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식사를 거르는 등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제대로 운동하지 않을 경우 체중이 줄더라도 체지방이 늘고 근육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체중감량의지와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는 달라진다. 대표적인 약물은 식욕억제제와 열대사촉진제. 단, 열 소비를 늘리는 열대사촉진제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이 오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박 교수는 “목표한 체중에 12주 만에 이르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도 “비만은 만성질환인 만큼 평생 관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습관을 바꿔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만으로 인한 질병▼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등 혈액순환기 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간장질환

○허리, 무릎, 발목등 과체중에 의한 관절질환

○지방간등 간장질환

○여성의 불임증, 유방암

○대인기피증, 폭식-거식증등 정신적 스트레스-질환

자료 : 서울백병원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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