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짜리… 10kg짜리… 꼬마위성 시대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9시 11분


《최근 초소형 인공위성이 뜨고 있다. 방송통신용 위성이 보통 2t 이상의 ‘헤비급’인 데 비해 초소형 위성은 10kg에도 못 미치는 ‘꼬마’ 위성이다. 초소형 위성은 덩치로는 기존 위성의 상대가 안 되지만 ‘인해전술’로 우주공간을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여러 대의 꼬마 위성이 하나의 거대 위성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뿐 아니라 초소형 위성 하나가 거대 위성에 맞먹는 ‘작은 고추의 매운 맛’도 보여 줄 전망이다.》

●킬러 vs 보디가드

사실 초소형 위성의 아이디어는 우주전쟁이라는 군사 용도에서 먼저 나왔다. 몇 t씩 되는 위성은 유사시에 금방 발사하기 힘들지만 소형 위성은 몇 주 또는 짧은 시간에 여러 대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공군과 항공우주국이 40여개 대학 및 위성 제작업체와 공동으로 연구 중인 ‘테크샛(TechSat)-21’이 대표적인 예. 자동차보다 훨씬 작은 130kg 정도의 마이크로급 위성들과 10kg급 초소형 위성들로 무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부 장영근 교수는 “이들은 지상뿐 아니라 서로 간에도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어 전투기 무리처럼 편대비행이 가능하다는 게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8대의 위성이 넓은 지역에 걸쳐 통신할 때는 길게 늘어서고, 문제의 지역을 집중 촬영할 때는 다이아몬드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한국항공대 연구원이 무게 1kg에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인 초소형 위성 ‘하우샛-1’을 제작하는 모습. -사진제공 한국항공대

2000년 중국에서는 적의 위성에 부착돼 필요할 때 폭파가 가능한 ‘기생 위성’(10∼100kg급의 마이크로 위성)을 시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적 위성 앞에서 자폭해 다수의 금속 파편 세례를 퍼부어 적 위성을 파괴하는 ‘킬러 위성’도 가능하다. 반면 중요한 임무를 띤 대형 위성을 보호하는 ‘보디가드 위성’에 대한 연구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5대의 초소형 위성이 적의 위성을 육탄으로 막거나 ‘전자탄’이라는 위장신호를 발사해 적의 위성을 교란한다는 아이디어다.

초소형 위성은 군사용 외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영국 서리대의 ‘스냅(SNAP)-1’이 이런 위성의 효용성을 보여 준 좋은 사례다. 9개월에 걸쳐 개발된 6.5kg의 이 위성은 2000년 6월 발사돼 성공적으로 영상을 보내왔다. 이 위성은 부탄가스를 쓰는 마이크로 추진 시스템을 장착해 원하는 대로 이동하기도 했다. 또 미국과 일본에서는 앞으로 1kg급 위성 수백 대를 띄워 달을 탐사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신기술 경연장

저가의 소형 위성을 이용하면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우주환경에서 시험하고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마이크로 전기전자 시스템(MEMS)’ 기술을 소형 위성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장 교수는 “우주에서는 공기 마찰과 중력이 없기 때문에 위성에 장착된 소형 로켓으로 입김을 세게 부는 정도의 약한 힘만 가해도 위성을 엄청나게 움직일 수 있다”며 “MEMS 기술로 미세하게 가스를 분출한다면 한 번에 조금씩 위성의 자세를 바꿀 수 있어 편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위성은 인쇄회로 기판이나 케이블이 구조물에 많이 들어가 부피가 크다. 만일 구조물 벽 안쪽에 전자회로를 집어넣는 신기술을 적용한다면 케이블이나 기판이 따로 필요 없어 위성의 질량이나 부피가 10분의 1 이상 줄 수 있다.

또 태양전지판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의 태양 전지판은 고체 판이 여러 장 붙어 있는 형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판과 전지 셀 자체에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적용해 양탄자처럼 돌돌 말 수 있는 전지판이 연구되고 있다.

●한국도 나선다

한국항공대 우주시스템연구실은 2001년부터 미국 및 일본의 대학과 함께 국제적인 ‘큐브샛’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이고 무게가 1kg인 초소형 위성을 이용해 우주실험용 및 교육용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현재 항공대는 ‘하우샛(HAUSAT)-1’ 위성의 개발을 끝낸 상태다. 이 위성은 내년 3월 중순경 러시아의 디네플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주 임무는 태양전지판을 펼치는 실험을 하고 우주용 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를 장착해 위성을 추적하며 자체 개발한 손톱 크기의 태양센서를 시험하는 것이다.

또 항공대는 30kg급의 마이크로 위성인 ‘하우샛-2’도 개발 중이다. 장 교수는 “위성에 동물추적시스템을 달아 다양한 동물의 생태, 서식, 이동경로를 추적해 과학자들이 동물의 특성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위성보다 적은 비용으로 이런 연구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저궤도 위성의 분류
구분피코 위성나노 위성마이크로 위성미니 위성대형 위성
무게1kg 이하1∼10kg 10∼100kg100∼500kg1t 이상
개발 비용1억원 이하5억원 이하10억∼100억원100억∼1000억원1000억원 이상
개발 기간6개월 이하약 1년1∼3년3∼5년5년 이상
소형 위성은 무게가 500kg 이하의 위성을 말하고 나노 위성과 피코 위성은 특히초소형 위성에 속한다. 원래 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 나노는 10억분의 1, 피코는 1조분의 1을 뜻하는 말이지만 위성에는 순서대로 작다는 의미를 전달할 목적으로 붙인 말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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