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교수의 Really?]鐵製 도시가스관 녹슬면 큰일인데…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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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만든 수도관 같은 제품은 세월이 지나면 녹이 슬게 된다. 녹은 철이 산소와 결합해서 만들어진 산화철이다. 특히 수분이 많은 곳에서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철과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녹이 더 빨리 생기게 된다. 그래서 철제 제품에 기름이나 페인트를 칠하거나 구리,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처럼 녹이 잘 생기지 않는 재료를 쓰게 된다.

그러나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는 대형 도시가스 배관은 단단한 철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 가스관을 습기가 많은 땅속에 묻어두면 쉽게 녹이 슬어 자칫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땅속에 묻어둔 철제 가스관에는 녹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써야만 한다.

가스관이 묻혀 있는 곳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철제 뚜껑이 설치돼 있다. 상수도나 하수도를 관리하는 맨홀과는 달리 이 뚜껑 밑에는 깨끗한 흙이 가득 차 있고, 그 속에 흰색 금속 덩어리가 묻혀 있다. 가스관에 붙여놓은 마그네슘이다.

마그네슘이 가스관을 지켜주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철이 녹스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먼저 물에 녹아 있던 산소가 철로부터 전자를 빼앗아 음이온이 되고, 철은 전자를 빼앗겨 양이온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소 음이온이 철 양이온과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이 바로 쉽게 부서지는 붉은 녹이다. 결국 산소가 원하는 것은 철 자체가 아니라 철이 가지고 있는 전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산소가 원하는 전자를 다른 방법으로 제공해 주면 철이 녹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철제 가스관에 연결된 마그네슘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마그네슘은 철보다 더 쉽게 전자를 내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 가스관에 붙여둔 마그네슘은 전자를 모두 빼앗기고 산화마그네슘으로 산화(酸化)돼 버린다.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져서 희생양이 돼주는 마그네슘 덕분에 철로 만든 가스관은 온전하게 남아있게 된다. 비록 마그네슘이 철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정기적으로 마그네슘 덩어리를 교체해 주기만 하면 돼 가스관을 통째로 바꾸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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