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곤교수의 Really?]고양이, 7층 이상서 떨어지면 멀쩡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59분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이용하기 때문에 잘 다치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이용하기 때문에 잘 다치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햇볕이 드는 따뜻한 창가에서 잠자기 좋아하는 고양이가 갑자기 창문 밖으로 떨어질 수 있다. 놀랍게도 고양이는 7층 이상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덜 다치게 된다. 기록에 따르면 32층에서 떨어져 가슴에 약간 상처만 입고 이빨 하나만 빠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6층 이하에서 떨어지면 심하게 다친다. 이런 차이가 왜 생기는 것일까.

물체가 떨어질 때 공기와 부딪치며 움직이는 방향 반대쪽으로 저항력이 생긴다. 이 저항력은 단위시간에 얼마나 많은 공기 분자와 부딪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즉 공기와 부딪치는 단면적이 클수록 그리고 빠를수록 커지게 된다.

이런 저항력이 없으면 빗물도 우리 생명에 위협적인 존재로 작용한다. 지면에서 10km 정도 위에 있는 구름에서 형성된 빗방울은 공기 저항이 없다면 1초에 400m 이상의 속력으로 지상에 떨어지는 ‘빗물 탄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가 있기 때문에 빗방울이 처음 떨어질 때는 속도가 작아서 저항력은 작고, 중력 때문에 가속되면서 떨어진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저항력이 점점 커져서 그 힘이 중력과 같게 되는 지점에 이른다. 이때부터 빗방울은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게 된다. 빗방울의 마지막 속도는 초속 7m 정도. 구름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지고 나면 이 속도를 얻게 된다.

고양이 정도의 몸집과 질량을 가진 경우 마지막 속도(초속 20m)에 이르는 높이가 건물 6층 정도다. 이때까지 고양이는 속도가 증가되는 것을 느끼면서 두려움에 떨게 돼 몸이 움츠러든다. 이 상태로 바닥에 부딪치면 심하게 다칠 수 있다.

그러나 7층 이상에서 떨어질 경우 바닥에 부딪치기 전에 일정한 속도에 이르면 더 이상 가속도를 느끼지 않는다. 이때 고양이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팔다리를 펴서 표면적을 크게 만든다. 그러면 저항력이 커지므로 더 천천히 떨어지게 된다. 거의 다 떨어져서 땅이 보이면 고양이는 다리를 움츠려 착지할 준비를 한다.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cha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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