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된 영화 ‘나비효과’가 던지는 질문이다.
주인공은 다이너마이트 폭파 놀이, 강요된 포르노 비디오 촬영 등 지우고 싶은 어린시절을 과거로 시간 여행하며 하나씩 바꿔 나간다. 그러자 여자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살인범이 되거나 팔이 잘린 모습에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등 매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나비효과란 미세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로 원래 기상학에서 나온 표현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3년에 뉴욕과학아카데미에 제출한 논문에서 “기상 이론이 맞는다면 갈매기의 날갯짓이라도 날씨의 방향을 바꾸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로렌츠 박사는 1972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모임에서 ‘예측가능성: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까?’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갈매기가 나비로 표현이 바뀐 것이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김정우 교수는 “나비효과는 초기 조건에 민감한 기상현상을 빗댄 수사적 표현”이라며 “기압 기온 바람 등 기상자료에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을 경우 나비효과로 인해 14일 후의 날씨가 전혀 달라져 14일 후의 예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라고 밝혔다.
나비효과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디오테이프 경쟁에서 베타방식을 누른 VHS방식, 실리콘밸리의 팽창, 배우 송강호가 스타가 되는 과정 등을 나비효과의 사례로 꼽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정재승 교수는 “베타방식과 VHS방식은 성능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고 다만 VHS방식의 녹음시간이 더 길었다”며 “초창기 비디오는 TV방송을 녹화해서 보는 데 쓰여 VHS방식의 점유율이 조금 높았고 초기의 이 우연적 효과로 인해 현재는 VHS방식만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떤 회사가 특정 위치를 선호할 필요는 없지만 처음에 한두 회사가 들어서면서 실리콘밸리로 성장한 것이나 비슷한 수준의 배우는 많았지만 송강호가 영화 ‘넘버3’에 출연하면서 이후 스타로 성장한 것도 나비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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