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인터넷 친구)들이 살린 아기=지난해 겨울 회사원 장모 씨(33)의 3세 된 아기가 소아암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A형 혈소판 수혈이 급히 필요했다. 장 씨의 친구 박모 씨는 싸이월드 커뮤니티 게시판에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장소 정해지면 가겠습니다. 꼭 도움 드리겠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꼭 연락 주세요.” 글을 올리자마자 흔쾌히 헌혈하겠다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다. 일촌들은 자신이 속한 다른 커뮤니티 게시판과 쪽지로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실어 날랐다.
많은 일촌들이 기꺼이 수혈에 나섰다. 수많은 누리꾼의 헌혈로 아기는 수술을 잘 마쳤다. 지금은 통원 치료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몇 차례나 헌혈에 참여한 이모 씨(23·여)는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쪽지가 찾아준 지갑=대학생 송서훈 씨(23)는 11월 고향인 전남 여수에 내려갔다가 지갑을 소매치기당했다. 돈만 빼고 버려진 지갑을 주운 김아영 씨는 신분증을 보고 싸이월드에서 송 씨를 찾아 쪽지를 보냈다.
낙심하던 송 씨는 즉시 여수로 내려가 지갑과 신분증을 찾았다. 사례 제의를 김 씨가 한사코 사양하자 송 씨는 대신 ‘도토리’를 듬뿍 선물했다. 도토리는 미니홈피와 아바타인 ‘미니미’를 꾸미는 데 필요한 싸이월드 세계의 화폐다.
▽미니홈피 통해 커가는 아이들 지켜봐요=주부 이원행 씨(34)는 지난달 베트남 파견근무를 떠난 남편 장원제 씨(35)를 위해 사흘에 한 번씩 아이들의 사진을 미니홈피 사진첩에 올리고 있다.
24개월, 5개월 된 두 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장 씨는 멀리 떠나온 시름을 잊는다. 이 씨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두 아이의 모습에 대해 남편과 전화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때가 가장 즐겁다.
미니홈피를 통해 11년 만에 재회해 결혼을 약속한 커플, 미니홈피에서 글을 나누며 시누올케 갈등을 풀었다는 등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얘기가 아니다.
싸이월드로 상징되는 사이버공간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가장 따뜻하고 친근한 소통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해 11월 현재 전 국민의 4분의 1가량인 1200만 명이 가입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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