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동료에게서 “요즘 네 입 냄새가 좀 심해”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다. 친한 사이라서 무안하지는 않았지만 무시하고 넘길 수도 없었다.
정씨는 그동안 입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입 냄새 ‘정도’로 병원에 가는 것도 왠지 우습고, 그렇다고 내버려두자니 사람 앞에 서기가 두렵다. 혹시 몸 안에 무슨 병이 생겨서 입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입 냄새, 겨울에 더 심하다=잇몸에 염증이 있거나 충치가 있을 때 입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요인은 계절과 큰 상관이 없다.
겨울에 입 냄새가 난다면 감기, 비염 등과 관련이 있다. 정씨 역시 겨울철 코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이다.
감기 등으로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입 안이 바짝 마르고 침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침과 함께 ‘삼켜져야’ 할 미생물과 세균이 혀에 그대로 붙어 있게 된다. 이것이 약간 남아 있는 침과 엉겨 휘발성 황화합물과 휘발성 지방산을 만들어 낸다. 이 물질이 바로 입 냄새의 원인이다.
콧물, 먼지 등이 목 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입 냄새가 생긴다. 세균이 식도 부근에 머물면서 악취를 만드는 것. 편도선염일 때는 염증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돼 냄새가 더욱 심해진다.
입 냄새는 방치하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찾아 비염, 편도선염 등 원인 질환을 고치는 게 최선책이다.
병원에 가기가 어렵다면 평소 침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도록 한다. 또 신맛이 나는 과일을 먹는 것도 냄새 제거에 좋다. 편도선염이 있다면 구강청정제로 자주 씻도록 한다. 1시간 정도는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다.
▽평소에도 입 냄새가 난다면=당뇨병이 심하면 케톤이란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입에서 아세톤 냄새가 난다.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혈액 속에 독이 쌓이는 요독증 환자의 경우 독이 입안에서 분해되면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병이 없더라도 입 냄새가 나는 경우는 많다.
특히 성인의 대부분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직후 입 냄새를 경험한다. 잠잘 때 침샘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춰 음식물 찌꺼기가 썩어 생기는 현상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말을 많이 하면 냄새는 곧 사라진다.
배 속이 비었을 때도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공복 상태에서 침의 분비가 줄면서 세균을 없애는 자정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과일 또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금세 해결된다.
혀에 끼는 ‘설태’는 냄새를 유발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혀 바깥쪽은 입천장과 자주 부딪치기 때문에 세균이 활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혀 안 쪽은 세균이 득실거린다. 따라서 헛구역질을 하더라도 양치질할 때 혀 안쪽까지 세밀하게 닦는 게 좋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윤주헌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승규 교수, 치주과 계승범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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