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7일 남극 오지로 떠나 7주간 ‘특수임무’를 수행하고 5일 오후 돌아온 이화여대 물리학과 대학원생 박나희(朴娜喜·27) 씨가 10일 밝힌 극지 체험의 소감이다.
“지금 남극 상공에서는 지름 20m의 거대한 무인풍선이 지상 40km 상공을 비행하고 있어요. 풍선 아래 80m 지점에는 태양전지 날개를 단 직육면체의 우주입자검출장비가 매달려 있죠.”
이 장비는 이화여대 경북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내 공동연구진이 과학기술부 ‘과학기술국제화사업’의 지원으로 개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총괄하는 이 사업의 목적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의 성분과 에너지를 규명하는 일. 우주의 구조와 에너지 분포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다.
“12월 16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남극의 맥머드 미국기지 주변에서 우리 장비가 실린 풍선이 떠오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었어요.”
박 씨의 임무는 검출기가 상공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상에서 하루 종일 점검하는 일. 20여 명의 연구진 가운데 한국에서 파견된 과학자는 박 씨가 유일했다.
그는 “기후가 너무 건조해 매일 7, 8통의 식수를 마셔야 했고 손톱이 계속 갈라져 애를 먹었다”면서도 “지금까지의 최고 비행기록인 32일을 1주일 후면 무사히 깰 수 있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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