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이강룡]웹 지식 신뢰도 높이는 길

  • 입력 2005년 2월 21일 17시 59분


앞선 연구자의 자료를 인용할 때는 ‘전의(傳疑·미심쩍은 부분까지도 일단 그대로 전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의 방법을 쓰는 게 가장 좋다. 학문의 발전은 이 원칙 위에 서 있다. 웹에서도 그렇다. 다른 문서를 인용할 경우 출처를 정확히 명기하는 게 중요하다. 출처 표시 방법으로 링크를 권장하는 것은 일단 작성된 문서라도 작성자의 의지에 따라 계속 수정·보완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와이어드’지(誌)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의 고민을 다룬 칼럼을 실었다. 누구나 자료를 수록·수정할 수 있다는 위키피디어의 운영 원칙이 자료의 편중과 신뢰도 검증의 벽에 부닥친 것이다. “고대사 연구자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쓰지 않습니다”라는 편집자의 말에서 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위키피디어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고 이게 모든 분야로 확산되면 신뢰도 검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선을 긋는 평가 검증 시스템이 아니라, 문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여러 요인을 제거하고 믿을 만한 자료를 서로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다.

무분별한 펌 문서, 소문에 불과한 자료를 정보로 포장하는 언론, 조회수 확보를 위해 기꺼이 선정성을 택하는 포털, 최소한의 확인 과정 없이 어딘가에서 본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이용자, 온라인이라면 무조건 폄훼하는 연구자들의 태도 등이 웹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작가 수전 손택이 자신의 저서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이야기꾼을 믿을 게 아니라 이야기를 믿어야 한다”는 D H 로런스의 말을 인용한 것은 질 낮은 미디어, 섣부른 가치판단에 대한 경고다.

그러면 웹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홈페이지에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보다 사소하더라도 실제 겪고 느낀 경험적 지식을 담자. 이용자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관해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가 전문가다. 이들이 만드는 다양한 자료들은 지식이라는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는 기름진 흙이다. 링크를 활용하여 최초 작성자의 자료가 가치 있는 정보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자. 온라인을 믿지 않는 이들이 여전히 많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연구 자료를 공개하여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연구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불필요한 웹 문서를 만들면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재의 일부가 사라지며 자료의 홍수를 만드는 데에 일조해 정확한 정보를 찾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철학자 피에르 레비는 자신의 저서 ‘사이버문화’에서 “사이버 공간의 팽창은 자동으로 집단적 지성의 증진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지 집단적 지성 구축의 좋은 조건만을 구성할 뿐이다”라고 했다.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는 얘기이며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고 지식에서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이의 땀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자료 속에서 인류의 지혜로 남을 것은 얼마나 될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강룡 웹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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